지난달 中군용기 총 259대 대만 ADIZ 침범…3월보다 112% 증가
차이잉원·매카시 회동 여파…ADIZ 침범 일수도 28일로 40% 늘어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지난달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한 중국군 군용기의 대수가 한 달 전에 비해 112%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만의 영자지 타이완뉴스는 3일 대만 국방부 자료를 인용해 지난 4월 대만 ADIZ에 진입한 중국 인민해방군 군용기가 총 259대로 3월(122대)보다 112.29%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대만 ADIZ를 침범한 인민해방군 군용기가 한 달 사이 급증한 것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미 권력 서열 3위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지난달 5일(미국 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회동의 영향으로 보인다.
인민해방군은 둘의 회동에 반발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면서 대만 주변에 군용기를 대거 투입한 바 있다.
당시 인민해방군은 훈련 첫날인 8일 71대, 9일 70대에 이어 마지막 날인 10일 역대 하루 최대 규모인 91대의 군용기를 각각 동원했다.
타이완뉴스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의 발표와 별도로 정보 전문가인 데이미언 시먼은 4월 대만 ADIZ를 침범한 인민해방군 군용기 249대의 항적 분석 자료를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시먼의 분석 결과 인민해방군 군용기의 대만 ADIZ 침범의 대다수는 대만해협 중간선이나 대만 ADIZ 서남부 공역 주변에서 이뤄졌다.
대만해협 중간선은 1954년 12월 미국과 대만 간 상호방위조약 체결 후 1955년 미 공군 장군인 벤저민 데이비스가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선언한 비공식 경계선이다.
특히 일부 인민해방군 군용기는 대만 ADIZ의 남동부와 동부 지역까지 선회 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만군은 지난달 지난 27일 오전 6시부터 28일 오전 6시 사이 인민해방군 TB-001 드론 1대가 대만 ADIZ에 진입해 대만 섬을 거의 한 바퀴 도는 선회 비행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인민해방군 TB-001 드론 1대는 대만해협 중간선의 남서쪽 끝부분을 넘어 대만 ADIZ에 진입한 뒤 대만 남쪽 공역과 동쪽 공역을 거쳐 대만해협 중간선의 북동쪽 끝부분을 통해 중국 공역으로 빠져나갔다.
중국군의 공격용 무인기가 대만 섬을 '포위 비행'한 사실을 대만군이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B-001 드론은 인민해방군이 운용하는 드론 가운데 가장 크며, 미사일을 장착하고 고고도 장거리(최대 6천㎞) 비행을 할 수 있다.
시먼은 대만 ADIZ의 서남부 공역을 인민해방군 군용기가 자주 침범하는 공역으로 꼽으면서, 대만 ADIZ의 동남부 공역에도 인민해방군 군용기가 때때로 진입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대만 ADIZ 동남부 공역과 가까운 대만 동남부 해역은 최근 중국의 두 번째 항공모함이 훈련 중인 장면이 포착된 해역이다.
대만 국방부는 지난달 24일 산둥함 항공모함 전단이 대만 남동부 해안에서 약 120해리(약 222㎞) 떨어진 해역에서 자리 잡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국방 전문가인 벤 루이스는 인민해방군이 대만 ADIZ를 침범한 날이 지난달에는 총 20일로, 지난 3월의 20일보다 40% 급증했다고 밝혔다.
타이완뉴스는 지난 2018년부터 지난 4월 말까지 대만 ADIZ를 침범한 인민해방군 군용기는 총 3천721대에 달한다고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하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2016년 5월 민진당 소속의 차이 총통이 집권한 이후 대만과의 공식 관계를 단절하고 대만에 대한 강도 높은 군사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대만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 군용기의 대만 ADIZ 침범에 대해 '뉴노멀'(새로운 표준)을 만들려는 전술이자 특정 지역을 분쟁지대로 만들기 위한 '회색지대 전술'로 분석하고 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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