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만 먼저 철수한 美, 뒤늦게 육로로 미국인 수백명 대피
무인기로 200∼300명 태운 호송대 감시…현장 美정부 인력은 한명도 없어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각국 정부가 내전이 한창인 수단에서 자국민을 대피시키는 중에도 대사관 직원만 먼저 철수시켜 비판받아온 미국 정부가 처음으로 민간인을 대피시켰다.
미국 국무부는 미국 정부가 조직한 호송대가 미국 시민과 현지 고용 직원, 동맹·협력국 국민을 태우고 29일(현지시간) 수단 동부 항구도시인 포트수단에 도착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미국 정부는 포트수단에 도착한 미국인들이 미국 정부 인력이 대기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미국 정부가 조직한 첫 민간인 대피라며 미국인 200∼300명을 태운 버스 행렬이 800km 거리를 운행하는 동안 무장한 미군 무인기가 상공에서 감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2일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 특수부대를 투입해 대사관 직원 등 정부 인력을 전원 철수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 정부가 군용기와 함정, 지상 요원을 동원해 자국민을 구조하는 상황에서도 수단을 떠나기를 원하는 약 1만6천명의 미국인에 대한 대피 작전을 수행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지난 15일 내전이 발발한 뒤로 미국은 수단에 있는 미국인들에게 탈출 수단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경고하며 다른 국가가 자국민을 대피시킬 때 미국인도 같이 갈 수 있게 협조를 구하는 정도였다.
정부 인력이 수단에서 전부 철수해버린 바람에 호송대나 포트수단에는 미국인 대피를 도울 미국 정부 인력이 한명도 없었다고 AP는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국무부는 "미국 정부는 수단에 있는 미국인을 접촉하고 떠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떠날 수 있도록 광범위하게 노력했다"며 "육로로 떠나기를 원하는 미국인 전원에게 메시지를 보내 호송대에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설명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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