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美연준 의장, '젤렌스키 사칭' 러 코미디언들에 낚여
메르켈 前獨총리, 존슨 前英총리, 라가르드 ECB총재 등도 당해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이끄는 제롬 파월 의장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사칭한 러시아 코미디언들에게 속아 직접 전화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방송은 이날 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 알렉세이 스톨랴로프와 파월 의장의 통화 발췌본을 방영했다.
이들은 유력 인사를 사칭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과 통화한 것으로 악명높은 코미디언 '듀오'다.
주로 각국 정상을 속여 온 두 코미디언은 지난달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통화한 사실을 공개한 데 이어 파월 의장까지 겨냥, 경제 지도자들로 타깃을 옮긴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영상에서 파월 의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사칭한 러시아 코미디언이 미국의 통화 정책과 경제 및 인플레이션 전망에 관한 일반적인 질문을 하자 정중하게 답변했다.
당시 통화에서 파월 의장은 지난 1년간의 금리인상이 경기둔화 내지 경기침체를 일으킬 가능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다만 파월 의장의 답변들은 당시 그가 기자회견 등 공개 석상에서 내놓은 발언과 대동소이했다고 WSJ은 평가했다.
또 파월 의장은 서방의 제재 타격을 최소화한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장을 '대단히 유능하고 성공적인 테크노크라트'라고 극찬하면서 그의 노력 등으로 미국의 제재가 기대했던 것만큼 뼈아프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통신사들은 전했다.
연준 대변인은 파월 의장이 지난 1월 자신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라고 주장하는 누군가와 통화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 어려운 시기에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지지 차원에서 이뤄진 화기애애한 대화였을 뿐 민감하거나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러시아 국영 방송이 공개한 영상 일부가 편집된 것으로 보인다며 자세한 내용은 법 집행 당국에 문의하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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