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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러영향력 사용할까?…中 우크라戰 중재에 기대·회의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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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러영향력 사용할까?…中 우크라戰 중재에 기대·회의 교차
시진핑, 개전후 처음 젤렌스키와 통화하자 미·유럽 일단 환영
'전략협력파트너' 러에 점령지서 철수 등 요구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중재 행보를 구체화한 데 대해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중국은 대외적으로 중립을 표방했지만, 러시아의 '침공'을 인정하지 않고 대러 비판과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기에 사실상 러시아 편에 서 있다는 평가가 그동안 지배적이었다.
전쟁 발발 이후 시 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수 차례 대면·유선으로 소통하면서도 이번 통화 이전까지 젤렌스키 대통령과는 1년 2개월간 한차례도 직접 대화한 적이 없었다는 점도 그런 평가에 힘을 실었다.
시 주석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작년 2월 4일 푸틴 대통령과 만나 '한계가 없는' 협력관계에 뜻을 같이했고, 국가주석 3연임을 확정한 직후인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전략 공조' 의지를 재확인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1주년인 2월 24일 대화를 통한 정전을 강조한 '정치적 해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데 이어, 중러 정상회담 개최 1개월여만에 우크라이나와 정상 간 통화를 한 것은 국제적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특히 시 주석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상호 주권 존중과 영토 완전성 존중이 양국 관계의 정치적 기초"라며 영토를 침공당한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인식했다는 점을 '외교적'으로 언급했다.
또 외교부 부부장(차관)과 주러 대사를 역임한 중량급 외교관인 리후이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를 우크라이나 등에 파견해 위기의 정치적 해결 방안을 각 측과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히며 구체적인 중재 행동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시 주석의 이번 통화에는 '중국=친러' 인식이 국가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대유럽 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을 타개하려는 고려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중재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우크라이나와 소통하는 것 자체가 전쟁의 양 당사자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는 중국의 노력을 유럽 국가들에 보여주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서도 시 주석과의 소통은 중국이 대러 군사 지원에 나서기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측면에서 피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관심은 중국이 '체면치레'와 '중립 모양새 갖추기'를 넘어 실질적인 중재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여부에 쏠린다.
지난달 중국이 중동의 '맹주' 자리를 다투며 오랫동안 앙숙 관계였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를 중재한 일은 국제사회가 중국을 다시 보게 만든 계기였다는 평가가 외교가에서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유럽 사이에 미묘한 온도 차이는 있었지만 일단 서방에서도 이번 통화를 환영한다는 반응이 우세했다.
유럽연합(EU) 당국자는 "통화가 마침내 성사되고, 소통 채널이 열린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또 독일 정부 대변인은 "(중국에는) 국제법을 어겨가며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의 전쟁을 끝낼 특별한 책임이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중국 사이에 최고위급 대화가 이뤄진 것은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다고 dpa통신이 전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우리는 시 주석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가 이뤄졌다는 소식을 환영하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것이 일부 의미 있는 평화 행보나 계획, 제안으로 연결될지는 현재로선 모를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측통들 사이에서는 기대와 회의감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러시아에 대해 중국만큼 강한 영향력을 보유한 나라가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 중재 성공 시 얻을 국제적 위상 제고 효과 등을 감안할 때 중재 외교에 진지하게 임할 이유가 있다는 점에는 일부 기대가 존재한다.
그러나 사우디-이란 문제와 달리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에서 중국이 진정 '중립코너'에 있다고 보는 국가가 많지 않기에 중재 행보에 힘이 실릴지 미지수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더구나 중국이 러시아를 미국에 맞설 전략협력 파트너로 간주하는 상황에서 과연 점령지에서의 철수 등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요구하는 양보를 러시아에 종용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이런 가운데, 홍콩 매체 명보는 27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이달 초 방중을 계기로 중국이 유럽의 주요국인 프랑스와 관계를 강화한 것도 중국의 중재 행보에 작지 않은 함의가 있다고 짚었다.
신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상이 6월 베이징에서 열릴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며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성사 가능성은 의심된다"고 썼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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