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밖 보이저2호, 예비동력 활용 수명 연장 '안간힘'
전압 안정장치 전기 활용 과학장비 가동 중단 3년 늦춰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인류가 만든 탐사선 중 유일하게 태양계 밖을 벗어나 성간우주를 비행 중인 보이저 1, 2호는 하루라도 더 견디며 우주 깊이 들어갈수록 귀중한 과학 자료를 더 많이 제공해줄 수 있는 상태다.
그런 만큼 보이저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이들 탐사선의 수명 연장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인데, 예비 동력을 활용해 올해로 예정됐던 과학 장비 운용 중단을 수년 더 늦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1977년에 발사된 뒤 200억㎞ 이상 비행한 보이저2호는 선체 전압 안정장치를 위해 할당해 둔 예비 동력을 활용 중이다.
이를 통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운용을 중단할 계획이던 5개 과학 장비를 2026년까지 3년 더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보이저호는 '방사성동위원소 열전발전기'(RTG)라는 플루토늄 238 전지에서 동력을 얻는다. 플루토늄 238이 붕괴하면서 발생한 열을 전기로 전환해 이용하는데, 붕괴 과정이 지속하면서 전기 생산량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난방기를 비롯해 비행에 필수적이지 않은 장치는 아예 꺼버리고 동력을 아껴 과학 장비를 간신히 운용해왔다.
하지만 이마저도 올해부터는 하나씩 꺼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보이저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을 개선할 방법을 찾다가 고심 끝에 보이저2호의 전압 안전장치에 사용하기 위해 따로 확보하는 전력까지 끌어다 쓰며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선체 전압이 급변하면 전자 장비가 손상될 수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해 전압조정기로 예비 회로를 가동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는데, 이 예비 회로가 쓸 수 있게 RTG에서 할당하는 전력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결정에는 45년 넘게 이어져 온 보이저호 비행 중에 전압이 안정적으로 유지돼 전압 안정장치를 유지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또 보이저호 기술진이 탐사선의 전압 상황을 모니터링해 변동량이 크면 대처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일단 보이저2호를 통해 안전성이 확인되면 보이저1호에도 확대 적용키로 했다.
제트추진연구소(JPL)의 보이저 프로젝트 매니저인 수전 도드는 "전압 변화는 탐사선 장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지만 그 위험은 크지 않고 과학 장비를 더 오래 유지하게 해주는 큰 보상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몇주에 걸쳐 주시해 왔는데 이 방법이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보이저 미션은 애초 목성과 토성을 겨냥해 4년 여정으로 시작됐지만 이후 계속 임무가 연장되면서 태양권을 벗어난 인류의 최장수 탐사선으로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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