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도청 질문에 "친구끼린 그럴 순 없지만…한미동맹 못흔들어"(종합2보)
"국가간 관계에서는 서로 현실적으로…양국 사이 신뢰에 영향 미칠 일 아냐"
NBC방송 인터뷰…우크라 무기지원 질문에 "때가 된다면 외면 안할 것"
대만 문제에는 "힘에 의한 현상변경에 동의할 수 없다" 재차 강조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김동호 기자 =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의 최근 미국 정부의 기밀문건 유출이 한미 동맹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NBC 방송이 전날 진행해 25일(현지시간) 영어 더빙으로 방송한 인터뷰에서 기밀유출 사태에 대한 견해를 질문받자 "나는 이 문제가 한미 동맹을 지탱하는 굳건한 신뢰를 흔들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왜냐하면 이(동맹)는 자유와 같은 가치 공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NBC는 '굳건한'이라는 표현을 '철통같은'(ironclad)으로 번역해 소개했다.
앞서 미국의 온라인에 유출된 기밀 문건에서는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 비서관 간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포탄 지원 문제와 관련한 대화가 포함되면서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에 대해 도·감청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많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미국 정부가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한국의 안보 관계자들이 미국의 카운터파트와 이 문제에 대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인터뷰 질문자가 '친구가 친구를 염탐(spy)하느냐'고 불쑥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친구끼린 그럴 수는 없지만, 국가간 관계에서는 서로…"라며 잠시 뜸을 들은 뒤 "안된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 현실적으로"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는 양국 사이 신뢰에 어떤 식으로도 영향을 미칠 일이 아니다"라며 "당신에게 그런 신뢰가 있다면, 당신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NBC 방송은 글로 된 인터뷰 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스파이 활동이 노출된 것에 대한 곤란함(awkwardness)을 인정하면서도, 양국간의 관계가 높은 수준의 신뢰 위에 세워졌다고 말했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 방침을 묻는 말에는 "한국은 국제사회와 힘을 합쳐 자유와 인권을 수호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최전선의 상황이 변할 때나 우리가 살상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야 할 때가 된다면, 한국이 국제사회의 노력을 외면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상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기 지원과 관련해 미국 백악관의 압력을 느끼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압력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답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조건부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만약에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은 전쟁 개입"이라면서 반발한 가운데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보도된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불법 침략을 받았기 때문에 다양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 맞는데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 것이냐는 우리나라와 교전국 간의 직·간접적인 여러 관계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소 신중론을 편 바 있다.
한편 이날 윤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경우 경제적인 인센티브(혜택)를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북한과의 그런 협상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고 이 방송은 보도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과 미국의 확장억제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면서 "이 부분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 위협이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우리에게 시간이 있었을지 모르나 이제는 위협이 바로 문 앞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요한 것은 북한이 감히 핵무기에 의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대만 문제와 관련, "한국 정부의 입장은 일관된다"면서 "우리는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우리는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어떤 시도에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NBC는 "보수 성향의 윤 대통령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외교를 시도했던 전임 문재인 전 대통령 및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달리 훨씬 강경한 대북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윤 대통령과 한국 정부는 김정은이 무기 프로그램을 우선시하는데 따르는 극심한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의 인권 상황에 더 관심을 두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soleco@yna.co.kr, d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