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깜짝 방문' 반기문, 군사정권 수장과 회담
1박2일 일정 마쳐…수치 고문 만남은 이뤄지지 않아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미얀마를 예고 없이 '깜짝 방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군사정권 수장과 만났다.
25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와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전날 군정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회담했다.
MRTV 등 미얀마 관영 매체들은 "반 전 총장과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미얀마 최근 상황에 대해 건설적이고 열린 대화를 나눴다"고 조 민 툰 군정 대변인의 말을 전했다.
반 전 총장은 군정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석방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반 전 총장이 수치 고문은 만나지 않았다고 군정 대변인은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전날 오후 1박2일 간의 미얀마 방문 일정을 마치고 출국했다.
미얀마의 정치적 위기 해결에 초점을 맞춘 이번 방문은 국제 원로그룹 '디 엘더스'가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7∼2016년 유엔을 이끈 반 전 총장은 '디 엘더스'의 부의장을 맡고 있다. '디 엘더스'는 전직 국가수반, 노벨평화상 수상자 등 세계 평화에 기여한 업적으로 존경받는 원로들의 모임이다. 수치 고문은 이 모임의 명예회원이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재임 시절 여러 차례 미얀마를 방문하며 민주화를 지원했다. 2009년 미얀마를 찾아 쿠데타 군부에 수치 고문을 석방하라고 압박했다. 2012년 수치 고문과 회동했고, 2016년에도 미얀마를 방문해 평화 정착에 힘을 보탰다.
유엔에서는 지난해 8월 놀린 헤이저 미얀마 특사가 미얀마를 방문해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만났다. 헤이저 특사는 군부의 폭력 중단을 요구하며 수치 고문과의 만남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당시 헤이저 특사의 미얀마 방문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군정이 정당성을 쌓는 데만 이용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자 헤이저 특사는 "수치 고문과 만날 수 있을 때만 다시 미얀마에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 미얀마 군정은 수치 고문이 이끈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압승으로 끝난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이듬해 2월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후 반대 세력에 대한 유혈 진압을 계속해 미얀마는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다.
쿠데타 직후 체포돼 부패와 선거 조작 등 각종 혐의로 기소된 수치 고문은 총 33년 형을 선고받고 네피도 교도소 독방에 수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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