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어 하마스에도 손 내민 사우디…미·이스라엘에 타격
WSJ "사우디-하마스 관계 재설정 위해 회동"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이 테러 집단으로 지정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외교 관계를 재설정하기 위한 회담을 갖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회담은 사우디와 이란이 최근 중국 중재로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데 이어 미국에 또 다른 외교적인 좌절을 안겨줄 수도 있다고 이 매체는 진단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등이 이날 사우디의 서부 도시 제다에서 사우디 고위 관리들과 만나 양측 관계를 재설정하기 위한 논의를 벌이기로 했다.
하마스는 이번 회동을 통해 과거 양측 관계가 악화한 시기에 사우디가 억류한 팔레스타인인 수십명의 석방도 기대하고 있다고 정통한 소식통들은 전했다.
양측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이번 회담은 이란과 시리아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와 하마스의 관계 회복은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이란을 적대시하며 사우디 등 수니파 세력 국가와 이스라엘간 군사 협력을 모색해온 미국에 외교적인 실패를 안겨주게 된다고 WSJ은 평가했다.
이 매체는 이번 회담이 사우디와 이란간 외교 정상화 합의에 이어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외교 활동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사우디 당국자들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정파간 화해 중재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오랜 목표 중 하나로,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중동 지역 영향력에 도전하는 가운데 외교적 영향력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최근 사우디와 이란 간 관계 정상화 합의가 사우디와 하마스의 관계 회복 시도의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의 싱크탱크인 국가안보연구소(INSS) 연구원은 "사우디와 이란 간 관계 회복이 이번 회담의 문을 열었다"며 최근 사우디의 외교 행보에 "지각 변동급"이라고 말했다.
사우디가 이란과 관계 정상화에 이어 하마스와도 외교 관계를 회복하면 이란을 공동으로 적으로 놓고 사우디와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이스라엘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작년 12월 취임 후 이란의 앙숙인 사우디와 외교를 정상화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하마스는 미국의 지원을 받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를 장악한 정파인 파타와 2007년 내전을 벌여 가자지구를 장악한 이후 사우디와 관계가 냉각됐다.
특히 하마스가 이란과 관계를 강화하면서 그 후 사우디와 관계가 한층 더 악화했다.
사우디와 팔레스타인 관리들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도 이번 주 제다를 방문할 예정이다.
사우디는 원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강력한 지지 세력이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때 이스라엘과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양측 관계가 소원해졌다.
ev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