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2025년 동해상에 '中 견제용' 항모 전개 추진"…美기밀문서
동해상 및 일본 미군기지 '유력'…"韓·日 합동운용, 전진배치"
"中, 英보수당 정권 '반중국적' 인식…노동당에 더 우호적"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전명훈 기자 = 영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자국 항공모함을 동해상에 전개하는 방안을 검토한 정황이 최근 유출된 미국 정부의 기밀 문건에 담긴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이같은 움직임이 현실화할 경우 대만해협은 물론 한반도 주변 권역까지 서방과 중국 간 대치 전선이 가팔라지며 역내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당 내용은 유출된 미국 기밀 문건 중 지난 2월 28일 작성된 '인·태 지역 중국 대응책에 대한 영국의 비전' 제하의 보고서에 담겼다. 문서 상단에는 '2급 비밀(SECRET)/타국 공유 금지(NOFORN)'라고 표기됐다.
이 자료를 보면 2월 초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자국 해군이 보유한 항공모함 1척을 2025년 이후 인·태 지역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영국은 퀸 엘리자베스함, 프린스 오브 웨일스함 등 항모 2척을 보유 중이다.
보고서는 월러스 장관이 검토를 지시한 내용에 대해 "일본 혹은 한국과 합동 운용을 통해 항모를 전진 배치하거나, 미국의 동의를 얻어 항모를 미 해군 7함대와 함께 일본에 주둔시키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 등 남중국해 지역에서 한국과 일본까지 그려진 지도를 통해 영국 해군의 현 위치와 향후 배치 방안을 설명하기도 했다.
영국군은 현재 싱가포르 셈바왕에 있는 '영국 국방 싱가포르 지원부대'(BDSSU) 시설과 브루나이 주둔군 기지 등에 배치돼 있으며, 항모를 전개할 경우에 대해서는 동해상이나 일본 요코스카 미군기지 등 2곳이 유력한 지점으로 표시됐다. 보고서상 동해는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됐다.
보고서는 이같은 방안을 둘러싼 영국 정치권 내 찬반양론도 분석했다.
월러스 장관은 인·태 역내에 군사력을 장기적으로 주둔시키는 것이 일회성 전개보다 낫다고 강조하는 등 집권 보수당은 중국 대응전략을 확대하려 했지만, 야당인 노동당은 중국이 '구조적 도전'(systematic challenge)이라는 시각에는 동의하면서도 제한된 자원 등을 이유로 인·태 지역 진출을 늘리기보다는 유럽 방어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영국에 대한 중국의 태도도 보고서에 담겼다.
중국은 현 보수당 정권을 '반중국적'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나 상대의 호감을 끌기 위해 비판을 자제하고 있으며, 노동당에 대해서는 전통적으로 중국 관영매체를 통해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같은 요소를 종합해 도출한 평가를 통해 "월러스 장관의 이같은 지시는 현 영국 정부가 인·태 전략에 여전히 헌신적이라는 것을 시사한다"면서도 "국방 예산의 제한과 물류상 장애요소,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최소 2025년까지는 전진 배치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중국은 영국의 항모타격단 전개 시 자국의 대(對)영국 정책이 실패했다고 받아들일 것이며, 반대로 노동당으로 인해 이런 방안이 무산될 경우는 성공한 것으로 여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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