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18형' ICBM 첫 등장…북한 미사일 작명법은
탄도미사일에 별·행성 이름 붙여…기술·사거리 발전시 숫자 올라가
핵무기에는 특징적 용어 사용…'핵강국 이미지'에 초점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13일 일본은 하루 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이날 오전 일본 정부가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홋카이도 주변에 낙하할 것으로 보고 대피경보를 내렸다가 이내 "낙하 가능성이 사라졌다"며 정정한 일들을 시시각각 전했다.
일본이 이런 대응을 하게 된 것은 이번에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이 기존의 탄도미사일과 궤적 등에서 다른 점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은 발사 초기 '정상각도'로 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발사체 1단 분리 단계 직전까지 정상 각도로 비행하다 이후 수직으로 치솟으며 고각 궤도로 비행해 고도 3천km를 찍고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떨어졌다.
북한은 곧바로 새로운 탄도미사일의 등장을 알렸다.
14일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북한은 '전략무력의 핵심주력수단'이라며 고체연료를 사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북한 표현은 화성포-18형)을 처음 시험 발사했다고 밝혔다.
기존 액체연료 추진 ICBM 발사와 비교할 때 겉으로 드러나는 가장 다른 점은 화염의 색상과 모양이다. 이번 '화성-18형' 화염은 흰색에 가까운 황색을 띠는데, 액체연료 방식인 '화성-17형'은 붉은색에 가까운 황색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있을 때마다 미사일 종류와 사거리 등을 분석하면서 꼭 따라붙는 일이 '미사일 작명'이다. 북한의 미사일 작명법은 잘 분석하면 특징이 있다는 게 흥미롭다.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북한 미사일 이름은 '노동', '대포동', '무수단' 등이지만 이 명칭은 사실 북한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이름들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미사일 발사가 인지된 북한 지명을 따서 지은 것이다.
예를 들어 함경남도 함주군 노동리나 함경북도 화대군 대포동에서 인지됐다는 뜻이다. 대포동은 이후 무수단으로 바뀌면서 '무수단' 명칭이 등장했다.
북한은 주로 별과 행성 이름을 주로 해서 미사일 작명을 한다. 지대지 탄도 미사일 계열에는 '화성',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에는 '북극성', 순항 미사일 계열에는 '금성'이 붙는 식이다. '광명성'의 경우 인공위성 등 장거리 로켓에 붙는다. 북한에서 광명성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의미한다.
이런 명칭 뒤에 숫자가 더해지는데 기술의 진화, 그리고 사거리의 확장에 따라 숫자가 올라간다.
예를 들어 사거리 300km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화성-5형에서 사거리 4천500km의 화성-12형, 1만km 이상의 화성-14형, 1만3천km 이상의 화성-15형에 이어 1만5천km 정도로 평가되는 최신형 화성-17형 등으로 숫자가 높아지는 식이다.
이번에 시험발사한 화성-18형의 경우 ICBM 최초로 '콜드 론치'(cold launch) 방식을 썼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진화된 형태로 평가된다.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미사일 발사 직후 공중에서 엔진이 점화되는 방식이다. 기존 화성-17형은 일반적인 '핫 론치'(hot launch) 방식이었다.
미사일과 달리 핵무기에는 천체 용어가 쓰이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핵 무인 수중 공격정의 명칭은 '해일'이고, 모의 핵탄두를 고도 600m에서 공중 폭발하는 전략순항미사일 명칭은 '화살'이었다.
또 미사일 등에 탑재할 전술핵탄두는 파괴력을 과시하려는 듯 '화산'이라 명명했으며, '국가핵무기종합관리체계'는 '핵 방아쇠'로 불렀다. 각각의 의미는 핵위협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면 된다.
특히 '핵강대국'이라는 자부심과 자신감을 주민들에게 주입하기 위해 핵무력의 형상을 잘 보여주는 명칭을 선호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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