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테네시 주의회, 총기규제 시위 참석 흑인 의원 2명 제명 논란(종합2보)
총기난사 이후 의회내 시위 동참…의회 장악 공화 "의사진행 방해"
바이든 "전례없는 비민주적 행위"…해리스, 테네시 달려가 제명 의원 면담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공화당이 다수당인 미국 테네시주 의회가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의회 시위에 참여했던 2명의 민주당 소속 흑인 하원 의원 2명을 제명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달 27일 테네시주 내슈빌에 위치한 기독교계 사립학교에서 졸업생이 난사한 총에 어린이를 포함해 6명이 희생된 이후 10일 만이다.
7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테네시주 하원은 전날 민주당 소속 저스틴 존스와 저스틴 피어슨 등 2명의 의원 제명안을 각각 '찬성 72 대 반대 25', '찬성 69 대 반대 26'으로 가결했다.
상·하원 모두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지난주 주의회 의사당 내에서 열린 총기 규제 강화 시위에 동참해 주의회의 의사진행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이들 의원에 대한 징계 차원의 제명안을 발의했다.
함께 시위에 참여했던 글로리아 존슨(민주) 주 하원의원 제명안은 '재석 3분의 2 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제명된 두 명의 의원 중 한 명은 흑인이고, 다른 한 명은 흑인 및 필리핀계 혼혈인 반면에 제명안이 부결된 존슨 의원은 백인이라는 점에서 인종 차별 논란마저 불붙고 있다.
쫓겨난 존스 전 의원은 "전 세계가 테네시를 지켜보고 있다"고 주 의회의 결정을 규탄했고, 의원직을 유지하게 된 존슨 의원은 "그날 내 행동은 유권자들을 위한 나의 의무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남북전쟁 이후 테네시주 하원에서 선출된 주의원이 동료들의 손에 의해 제명된 것은 이전까지 3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례없는 이번 사태의 파장은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평화적 시위에 참여한 의원들에 대한 제명은 충격적이고 비민주적이며 전례 없는 일"이라면서 "우리는 공화당이 미 전역에서 우리의 학교와 공동체를 한층 위험하게 만드는 법안을 처리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 세 의원과 통화하며 이들이 민주주의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일어나 줬다며 사의를 표하고, 조만간 백악관에 와 달라고 초청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테네시로 바로 날아가 제명당한 두 흑인 의원과 글로리아 존슨 의원을 만나 격려했다.
이후 해리스 부통령은 피스크 대학에서 "이번 사태는 우리가 의회나 워싱턴DC에서 행동할 용기가 있는 지도자가 필요한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라고 말했다. 피스크 대학은 이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흑인들이 많이 다니는 대학이다.
WP는 "초유의 의원 제명 사태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며 "공화당이 주도하는 주 의회는 그간 총기 규제를 비롯해 사회 보장 등 문제를 놓고 민주당을 소외시켜 왔다"고 지적했다.
해당 선거구 공직자들은 2024년 8월 치러질 보궐 선거까지 이들을 대신할 후임을 물색하게 되며, 해당 선거구는 민주당 우세 지역이기 때문에 해당 의원들이 같은 자리에 다시 지명될 수도 있다고 AP는 보도했다. 이들은 보궐 선거에 다시 출마할 수도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 테네시주 내슈빌에 위치한 기독교계 사립학교인 커버넌트스쿨에서 졸업생이 난사한 총에 학생 3명을 포함해 6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사건 발생 직후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빗발쳤지만, 공화당이 다수당인 주의회는 총기 규제 정책 변화 요구에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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