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마크롱 방문 의식해 대만총통 방미에 절제된 반응"
대중전략 온도차 있는 EU, 미국과 갈라놓기 시도
사우디·이란 관계정상화 중재 등도 같은 전략인 듯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중국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의 회동에 거친 대응을 삼갔다는 관측이 나왔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전날 미국에서 매카시 의장과 회동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이같이 평가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독립국이 아닌 자국 일부로 보고 이를 어기는 듯한 행보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이번에도 중국 정부는 공식적인 반발에 나섰다.
외교부 등 5개 조직 발로 동시 담화를 발표하고 대만 동부 해상에 항공모함을 파견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때와 비교하면 대응 강도가 낮다는 평가다.
당시 중국은 대만을 봉쇄한 채 대만 상공을 통과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대만해협에 장거리포를 쏟아부으며 미국과 대만을 동시에 겨냥한 시위를 벌였다.
각종 군용기도 그간 도발의 '레드라인'으로 인식돼온 대만해협 중간선을 수시로 넘나들었다.
텔레그래프는 변화 배경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방문이 있다고 주목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5일 사흘 일정으로 나란히 중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중국이 미국과의 갈등 속에 전방위 견제를 받는 가운데 서방 특사의 위상을 지니고 찾아와 중국의 환대를 받았다.
예전부터 중국은 이들이 대중국 견제에 미국과 온도 차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진영대결을 완화할 접점으로 주목해왔다.
마크롱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6일 정상회담에서 특정 국가를 산업망 등에서 배제하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반대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는 경우에 따라 중국이 원하는 대로 미국 주도의 대중국 견제 행보에 '엇박자'를 내는 듯한 모습으로 읽히기도 한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대만에 대한 중국의 절제된 대응이 결국 EU 국가의 이탈을 끌어내려는 노력의 일부일 것이라는 관측이 뒤따랐다.
미국의 우방을 떼어내려는 중국의 행보는 최근 중동 외교에서도 비슷하게 관측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외교 수장은 6일 베이징에서 만나 관계정상화에 합의하고 서로 상대국을 찾아 후속회담을 열기로 했다.
중국은 2016년 단교한 이들 중동 국가의 회동을 중재했는데 이 또한 우군 확보의 일환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신뢰할 수 있는 국가로서의 모습을 강조해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균형추'를 찾고 있는 중동 국가의 틈새를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에서 미국의 이익에 힘을 보태온 오랜 우방이었으나 최근 관계가 경색됐다.
텔레그래프는 EU 국가를 미국에서 끌어내는 게 힘겨운 작업일 것이라는 점을 중국도 인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유럽의 최대 관심사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도 러시아를 규탄, 제재하지 않는 등 EU와 다른 이해관계를 표방한다.
텔레그래프는 당장에는 절제된 것으로 보이는 중국의 대응이 마크롱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출국하면 격화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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