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체온 낮추면 오래 사는 이유…"손상단백질 청소 활발"
獨연구팀 "인간세포 실험서 단백질분해효소 활동↑…치료 효과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벌레나 파리, 생쥐 등 동물 실험에서 체온을 낮추면 수명을 길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저온이 어떻게 동물의 수명을 연장해주는지는 밝혀지지 않아 궁금증이 커져 왔다.
독일 퀼른대 다비드 빌체스 교수팀은 5일 과학저널 '네이처 노화'(Nature Aging)에서 예쁜꼬마선충(C. elegans) 실험을 통해 체온을 낮출 때 노화 관련 단백질 응집을 줄이고 수명을 연장해주는 것으로 보이는 메커니즘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전 연구에서는 벌레나, 파리, 생쥐 같은 동물의 체온을 적당히 낮추면 수명이 연장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사람에게서도 적당히 낮은 체온이 수명 증가와 관계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으나 체온과 수명 간 상호작용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빌체스 교수팀은 이 연구에서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해 저온이 단백질 분해 기능이 있고 일부 질병과 관련된 손상된 단백질이나 잘못 접힌 단백질을 제거하는 단백질분해효소복합체(proteasome)의 활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예쁜꼬마선충의 표준 체온은 20℃ 정도이며, 체온을 이보다 약간만 높여도 수명이 줄어들고 체온을 15℃로 낮추면 수명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이 예쁜꼬마선충의 체온을 15℃로 낮추고 체내 변화를 관찰한 결과 'PSME-3'이라는 활성 단백질이 단백질분해효소복합체의 활동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PSME-3의 발현이 수명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대로 PSME-3가 없는 경우 단백질 분해에 대한 저온의 유익한 효과가 억제돼 헌팅턴병과 루게릭병 같은 노화 관련 질환에 걸리게 만든 예쁜꼬마선충 모델에서 손상된 단백질이나 잘못 접힌 질병 관련 단백질 축적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람 세포를 배양해 체온보다 0.5℃ 낮은 36℃에 노출하는 실험에서도 PSME-3에 해당하는 활성 단백질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질병 관련 단백질의 축적과 신경퇴화가 감소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연구팀은 노화는 단백질 응집과 관련된 신경 퇴행성 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이며 체온을 낮추는 게 변온동물과 항온동물에서 모두 효과적인 수명 연장 방법으로 밝혀졌다며 저온에 의한 변화를 잘 이해하면 병을 유발하는 단백질 응집을 막을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 결과는 저온이 다양한 동물에서 여러 가지 질병 예방에 유익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PSME-3의 역할과 잠재적 치료 효과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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