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이민청 화재 참사' 5명 체포…살인·상해 혐의
대통령 "임기 중 가장 가슴 아픈 사건"…이주자 대책 손질 의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 검찰이 60여명의 사상자를 낸 멕시코 이민청(INM) 화재 참사 책임이 있는 5명을 체포했다. 혐의는 살인과 상해 혐의 등이다.
31일(현지시간) 멕시코 일간지 밀레니오와 엘우니베르살, 라호르나다 등에 따르면 검찰은 매트리스에 직접 불을 지른 베네수엘라인 1명과 이민자 수용 센터 관리자인 이민청 직원 3명, 사설경비업체 직원 1명 등의 신병을 확보하고, 법원에 예방적 구금 명령을 청구했다.
'제이슨'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된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는 지난 27일 밤 치와와주 시우다드후아레스 이민청 내 이민자 수용소(센터) 문 앞에 매트리스를 쌓아놓고 방화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국 추방에 항의하며 저지른 이 범행으로 지금까지 39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친 것으로 멕시코 정부는 집계했다.
'아담'으로 알려진 경비업체 직원과 '다니엘' 등 이민청 직원은 화염을 보고도 문을 열어주지 않아 결과적으로 이주자를 살해하거나 다치게 했다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 및 상해'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센터 내부 철창 열쇠 관리 책임이 최종적으로 누구였는지와 열쇠가 적절히 보관돼 있었는지 등은 이민청·사설 경비업체 간 계약 조항 검토 등 향후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내용이라고 검찰은 전했다.
다만, 일부 이민청 직원과 가족은 "체포된 피의자 일부가 화재 당시 정당한 업무 수행을 위해 자리를 비운 상태"라고 주장하며 검찰에 항의했다고 라호르나다는 보도했다.
앞서 로사 이셀라 로드리게스 안보장관은 이주자 사망에 책임 있는 것으로 보이는 8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체포영장 집행 대상자는 더 늘 수도 있다.
멕시코 당국은 또 시우다드후아레스 이민청 보안을 맡았던 사설업체와의 계약을 취소하는 한편 연방정부에서 직접 센터를 관리·감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사설업체는 벌금과 함께 기존에 발급했던 보안 업무 허가 취소 조처를 병행할 방침이다.
이셀라 안보장관은 "계약과 관련한 각종 불법성 여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이민자 센터 관리 실태 조사 이후엔 상황이 현행처럼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민청 참사는) 임기 중 2019년 틀라우엘릴판 송유관 폭발(137명 사망) 이후 가장 마음 아픈 비극으로, 영혼이 부서지는 것 같다"며 "출발할 때부터 미국을 종착지로 삼은 중남미 이민자들을 멕시코에 머무르게 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민청 개혁과 이주자 인권 보호 등 대책 손질을 위해 이미 내부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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