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건강] "흡연 변명 이유없다…금연 후 살쪄도 뇌졸중 위험 '뚝'"
연세대 보건대학원 71만명 분석…"체중 5㎏ 불어난 금연자, 뇌졸중 위험은 28%↓"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담배를 끊지 못하는 흡연자들의 변명은 다양하다. 그중 하나가 '살찔까 봐'다.
실제로 그동안의 여러 연구에서 금연 후 단기간의 체중 증가가 확인됐다. 20대 이상 3만5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에서는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금연하자 단기간에 몸무게가 대략 3㎏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금연 후 살이 찌는 이유로는 식욕을 줄이고 지방 분해를 증가시키는 담배 성분의 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또 금연 초기의 흡연 욕구를 음식으로 대체한 것도 살이 찌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때문에 흡연자들은 금연 후 비만해지면서 오히려 건강이 더 안 좋아지는 게 아니냐는 항변을 하곤 한다.
하지만 금연을 통한 건강상의 이득은 지속적인 흡연보다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최근에는 이런 효과를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1일 국제학술지 '환경 연구 및 공중 보건'(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최신호에 따르면 연세대 보건대학원 김희진 교수 연구팀은 '한국인 암 예방 코호트 연구'에 참여한 남성 71만9천40명을 대상으로 금연 후 체중 증가가 뇌졸중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체중은 뇌졸중에 독립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체중이 심하게 감소하거나 증가하면 뇌졸중 발병 위험이 커진다.
연구팀은 연구 참여자들을 연구 시작 4년이 지난 시점에서 지속흡연자, 비흡연자, 단기금연자, 장기금연자로 나눠 체중 변화를 살폈다.
이 결과 과체중·비만율은 장기금연자 그룹이 56.5%로 지속흡연자의 48.0%보다 높았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가 장기간 금연한 사람이 지속적인 흡연자보다 과체중 또는 비만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런 체중 증가는 연구 기간에 담배를 끊은 단기금연자에게서도 관찰됐다. 단기금연자 중 체중이 증가한 비율은 0.1∼5㎏ 미만이 41.7%, 5㎏ 이상이 27.0%로 각각 집계됐다. 반면 체중 변화가 없거나 감소한 경우는 17.0%에 그쳤다.
하지만 금연은 뇌졸중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확연했다.
연구 기간 중 발생한 뇌졸중 3만8천730건을 분석한 결과, 비흡연자는 지속 흡연자보다 뇌졸중 위험도가 평균 44%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또한 장기금연자와 단기금연자 그룹에서도 뇌졸중 위험이 각각 25%, 19% 낮아졌다,
금연 후 체중이 늘어도 이런 효과는 뚜렷했다.
체중 증가에 따른 뇌졸중 위험 감소 효과는 0.1∼5㎏ 증가군 22%, 5㎏ 이상 증가군 28%로 각각 집계됐다. 이는 금연 후 체중이 감소한 그룹의 뇌졸중 위험도가 22% 감소한 것과 비슷한 수치다.
김희진 교수는 "앞선 여러 연구를 보면 흡연에 따른 체내 니코틴 증가는 중성지방, 저밀도콜레스테롤(LDL) 상승을 부르고, 이는 인슐린 저항성과 관련 있는 뇌졸중의 위험 요인이 된다"면서 "이런 위험 요인들은 금연을 통해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금연으로 개선된 건강 상태는 체중증가로 인한 대사 상태의 악화를 상쇄시켜 뇌졸중에 대한 금연의 이점을 유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따라서 체중 증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금연을 꺼리는 것은 뇌졸중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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