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방미 출국 "세계로 들어갈 것…대만은 혼자가 아냐"(종합)
9박 10일 일정서 뉴욕·LA 방문…"미 하원의장과 회동 예정"
중국 "하원의장 만나면 반드시 결연한 반격 조치" 경고
(타이베이·베이징=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조준형 특파원 =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9일 미국을 경유하는 중앙아메리카 2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여정의 본 목적인 과테말라와 벨리즈 방문보다 경유지인 미국 방문이 더 주목받는 가운데, 차이 총통은 출국에 앞서 이날 타오위안(桃園)공항에서 "우리는 평온하고 자신감이 있으며, 굴복도 도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길이 거칠지라도 대만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길을 굳게 갈 것이며, 세계로 걸어 들어갈 것"이라며 "대만은 혼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차이 총통은 '민주의 파트너, 공영(共榮)의 여행'이라는 테마를 내 걸고 9박10일 일정으로 중미 수교국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방문하는 계기에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한다.
이번 순방은 차이 총통의 임기 내 8번째 순방으로 미국 뉴욕에 29일 오후 3시(현지시간)께 도착할 예정이다.
차이 총통은 뉴욕에서 교민 만찬을 가진 뒤 30일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의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과테말라와 벨리즈에서의 순방 일정을 소화한 후 귀국길에 이번 순방의 하이라이트인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경유 형식으로 방문할 예정이다.
대만 언론들은 차이 총통이 다음 달 5일 LA 방문 때 레이건 도서관에서 연설하고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회동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마이크 갤러거 미·중 전략경쟁특위 위원장도 행사에 참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만 외교 관계자는 차이 총통의 순방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이 '안정'과 '실용'으로 관례를 깨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차이 총통이 이미 이번 순방길에 '민주의 심화', '공영 발전'에 대한 2가지 목표의 달성에 대한 바람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차이 총통의 일정 가운데, 매카시 의장과의 회동을 콕 집어 경고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펑롄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그(차이 총통)가 매카시 의장과 접촉한다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중하게 위반하고, 중국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훼손하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또 하나의 도발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에 결연히 반대하며, 반드시 결연한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인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차이 총통은 과거에도 미국 경유 계기에 미국 의회 관계자, 대만 출신자 등과의 면담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을 했었다"며 "따라서 중국이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를 대만을 겨냥한 공격적, 강압적 활동을 할 핑곗거리로 삼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한편, 대만 자유시보는 중국 외교부가 주미 중국대사관에 차이 총통이 경유하는 뉴욕, LA 등지에서 중국 교민과 양안(중국과 대만)의 통일 지지자 등을 동원해 항의 시위를 벌이도록 훈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어 소식통을 인용해 대만 미디어 그룹 산하 미국 내 중국어 신문이 양안 통일 단체로부터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에 대한 항의성 전면 광고를 제안받았다고 전했다.
차이 총통의 방미는 27일 시작된 대만 국민당 출신 마잉주 전 총통의 중국 방문과 시기적으로 겹치며 대만을 둘러싼 미·중의 대리전 구도를 만들고 있다.
jinbi1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