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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 은행권 불안에 신용경색 우려…"세계 성장률 위협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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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 은행권 불안에 신용경색 우려…"세계 성장률 위협요인"
"은행 불안→신용 경색→경제 둔화 가능성 주시"
9∼15일 美 은행권 예치금 128조 급감…"16일께부터 인출 진정"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크레디트스위스(CS) 등 서방 은행들이 연이어 무너지면서 대출 축소에 따른 신용 경색 우려가 커지고, 세계 경제성장률 하락을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6일(현지시간) CBS 방송 인터뷰에서 "은행권 스트레스가 얼마나 광범위한 신용경색으로 이어지고 경제를 둔화시킬지 불명확하다"면서 "매우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긍정적 측면으로는 예금 인출 속도가 둔화하는 듯하고 (미국) 중소·지방은행들에서 신뢰가 회복되고 있다"면서도 "은행과 대출자들이 불안해해서 자본시장이 (사실상) 계속 닫혀있게 되면 경제에 더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준 내 대표적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인 카시카리 총재는 그러면서도 아직 은행권 스트레스가 경제나 기준금리 인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논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신중론을 취했다.
루이스 데긴도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는 한발 더 나아가 "(최근의 은행권 혼란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신용(융자) 기준이 더 빽빽해질 것으로 본다"면서 "이는 경제에 저성장과 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최근 2주 사이 미국 중소은행 SVB와 시그니처은행이 무너지고 스위스 거대 투자은행(IB) CS가 경쟁사 UBS에 매각된 가운데 나왔다.
미국 중소은행들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미 당국은 SVB 등의 모든 예금을 보호하기로 하는 등 위기 전염을 막기 위해 서둘러 대책을 발표했다.
미 금융안정감독위(FSOC)도 지난 24일 예정에 없던 회의를 열고 "미국 은행 시스템은 여전히 건전하고 탄력적"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당국이 은행권에 대한 긴급 대출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 중소은행인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과 유럽 거대 IB 도이체방크 등을 둘러싼 위기설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금융안정 회복을 위한 중앙은행들의 정책 공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준에 따르면 은행들이 연달아 무너진 지난 9∼15일 1주간 미국 은행권의 예치금(계절조정 기준)은 17조5천억 달러(약 2경2천조원)로 984억 달러(약 128조원) 줄어 거의 1년 사이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이는 중소은행들의 불안 때문으로, JP모건·웰스파고 등 상위 25개 은행의 예치금이 670억 달러(약 87조2천억원) 가까이 늘어난 반면 중소은행 예금은 1천200억 달러(약 156조원) 줄었다.
다만 CNBC 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소은행에서 대형은행으로의 자금 이동이 둔화추세라면서, 대형은행 11곳이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을 지원한 16일께부터 사정이 진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러한 은행권 혼란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세계 경제침체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각국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미 소비·투자 위축 우려가 나온 가운데, 최근의 문제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같은 전면적 금융위기 상황은 아니더라도 신용 경색과 은행권 불안에 따른 세계 성장률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잠재적으로 세계 경제에 아주 위험한 시기"라면서 서방 선진국들의 은행권 문제가 전 세계에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에서 신용 경색이 일어나면 독일제 승용차와 중국산 가전제품 등 각국의 재화와 서비스 수요도 타격을 받고, 달러에 의해 지탱되는 세계 무역·금융 시스템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은행 건전성 우려에 따른 시나리오별로 올해 세계 성장률이 1.5∼2.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7일 올해 세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6%로 전망한 바 있다.
WSJ은 성장률 둔화 우려뿐만 아니라 2007∼2009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를 떠올리는 견해도 있다면서도, 당시보다 은행들이 튼튼하고 정부도 서둘러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은행 유니크레디트의 수석 경제고문 에릭 닐슨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현 상황에서 금융안정과 통화정책을 따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면서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중앙은행들은 최소 금융시장 안정이 회복될 때까지 추가 금리 인상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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