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비리 폭로해온 태국 마사지 대부, 뒷돈 받아 구설
비리 공격 중단 대가로 뇌물 수수 의혹…"병원에 모두 기부" 해명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경찰 비리 등을 연달아 폭로해온 태국의 마사지 업계 거물이 입을 닫는 대가로 뒷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비난을 사고 있다.
26일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시리랏 병원은 추윗 카몬위싯이 지난 15일 기부한 300만밧(1억1천400만원)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추윗이 자기 돈으로 기부한 것이 아니며 불법적인 사업과 관련된 자금이라는 사실을 알고 돌려주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탐마삿대학병원도 같은 이유로 추윗에게 받은 기부금 300만밧을 반납하기로 했다.
앞서 태국의 유명 변호사 싯뜨라 비아방끄엇은 불법 온라인 도박에 경찰이 연루돼 있다고 비판하던 추윗이 전직 경찰에게 가상 화폐 등으로 5천만밧(19억원)을 받은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도박 조직과 관련된 혐의로 정직 처분을 받은 고위 경찰이 추윗에게 돈을 건넸고, 이후 추윗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서 공격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싯트라는 "불법 사업을 폭로하면서 돈을 갈취하는 가짜 '로빈후드'를 보고 싶지 않았다"고 의혹을 제기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SNS에 추윗을 향해 "계속 공격하고 돈을 가져가면서 로빈후드인 것처럼 한다"며 "그러면서 명성과 돈을 모두 얻는다"고 비판했다.
추윗은 싯트라 변호사의 주장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돈을 받고 거래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경찰이 찾아와 돈을 대신 전달하면서 공격을 멈춰달라고 했다"며 "분명히 거절했지만 그는 내가 돈을 받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5천만밧을 받은 것은 사실이 아니며 600만밧이 전부로, 모두 병원에 기부했다"며 "나는 여전히 폭로를 내 사명으로 여긴다"고 덧붙였다.
추윗은 방콕에서 마사지 업계 수십 곳을 운영하며 '마사지 황제'로 불리던 인물이다. 그는 2003년 마사지 업계의 뇌물 상납 실태를 폭로했고, 이를 발판 삼아 정계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그는 경찰과 결탁해 큰 부를 쌓은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경찰의 비리 등을 수시로 폭로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고위층과 결탁한 중국 조직의 범죄에 관한 결정적인 제보를 했다. 그는 경찰이 조직으로부터 압수한 자산의 5%를 보상금으로 받게 되자 "전액을 전국 병원에 보내겠다"고 말했다.
추윗은 올해 들어서도 중국인 인플루언서 VIP 입국 서비스, 대만 여배우 금품 갈취 등 경찰 관련 사건 때마다 나서 경찰 반대편에 섰다.
온라인 도박과 관련해서도 "경찰이 여전히 뇌물을 받아 온라인 도박 같은 사회악 사업을 가능하게 한다"고 강렬히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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