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시장 재도약 의지 드러낸 기아…'EV시리즈'로 승부수
사드갈등 이후 브랜드 역량 약해져…현지서 경쟁할 전기차 모델도 부재
올해 EV6 이어 하반기 EV5 투입…망가진 딜러망도 재건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갈등 이후 중국에서 내내 고전해 온 기아[000270]가 최근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전기차(EV) 전략모델을 공개하며 재도약 의지를 밝혀 향후 중국 시장을 어떻게 살려낼지 관심이 쏠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기아의 판매 실적은 도매 기준으로 2016년 65만대였다가 2017년 사드 배치 여파로 중국 내 반한 감정이 커지면서 36만대로 급감했다. 2018년 37만대로 소폭 늘었다가 2019년 26만대, 2020년 22만5천대, 2021년 12만7천대에 이어 지난해에는 8만9천대까지 줄었다.
기아는 사드 갈등 이후 중국 내 딜러망 약화로 판매 루트 확보가 매우 어려워졌고,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도 라인업 부족으로 현지 업체와 테슬라 등의 틈바구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여기에 코로나 대유행 영향까지 겹쳐 최근 실적에 지속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기아는 세계 최대인 중국 전기차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해 중국 시장 회복의 돌파구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우고 올해부터 구체적인 대응에 나선다. 앞서 기아는 중국에서 매년 전기차 신차를 출시해 2027년까지 6종의 전기차 풀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올해 중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첫 차종은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이자 미국 등 각국 시장에서 '올해의 차'로 호평받은 EV6다. 기아는 고성능 모델인 EV6 GT를 올 상반기 현지에 출시해 현지 고객들에게 상품성 높은 전동화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EV6에 이어 올해 중국 시장 투입이 예상되는 두번째 전용 전기차는 C세그먼트(준중형)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5다. 중국이라는 특정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개발 중인 차종이다. 기아는 최근 상하이에서 현지 매체들을 대상으로 '기아 EV 데이' 행사를 열고 EV5의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고성능 모델 EV6 GT를 통해 성능과 디자인 등의 우수성을 부각하며 기아 브랜드의 인지도와 기대감을 높이는 '후광효과'를 일으키고, 이어 수요가 많은 C세그먼트 시장에 보급형 성격의 EV5를 투입해 볼륨 차종(많이 팔리는 차종)으로 키운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EV5의 차급 등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의 가격 경쟁력만 확보한다면 중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승부해볼 만한 차종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존에 알려진 EV5의 예상 제원은 전장 4천600㎜·전폭 1천680㎜·휠베이스 2천750㎜로 EV6보다 다소 작은 수준이다.
기아는 곧 국내 출시 예정인 플래그십 대형 전기 SUV EV9도 내년에 중국 시장에 투입하는 등 현지에서 꾸준히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약화된 대도시 딜러망을 재건해 판매 루트를 확보하고, 차량을 체험할 수 있는 시티스토어를 주요 도시에 개설해 고객과 접촉면을 넓히면서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 주력할 방침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앞서 중국에서 열린 EV 데이 행사에서 "가장 빠르고 혁신적으로 변화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성공은 기아 글로벌 전략의 핵심 요소"라며 "혁신적 전기차 모델과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바탕으로 높은 기대치를 가진 중국 고객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포함한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656만대로 전년보다 97.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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