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보고관 "유엔 상주인력 0명…현지활동 재개가 최우선"
"안보·경제·인권 포괄한 대북 협상 필요…인권침해 가해자 기소방안 고려해야"
"북 '유엔 인권절차 참여' 적극 활용해야…北 여성·아동 초점 둔 활동 지속할 것"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북한 정권의 국경 봉쇄 속에 4년째 상주를 못하고 있는 유엔 인력이 북한 내 활동을 재개하는 것이 고립을 자처한 북한의 문을 열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미사일 위협을 멈추지 않고 있는 북한을 바꾸려면 안보뿐 아니라 경제와 인권문제까지 포괄한 대북협상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살몬 특별보고관은 22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북한이 2020년 1월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국경 봉쇄를 한 이후로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살몬 특별보고관은 "이런 폐쇄적 상황 탓에 북한 정권은 주민 통제를 강화하고 무기 개발을 우선시할 수 있었다"면서 "상황을 타개하려면 국경봉쇄 후 아무도 남지 않게 된 유엔 상주 인력을 다시 북한으로 보내는 게 최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다.
유엔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등 산하기구별 담당자를 뽑아 북한에 머물게 하면서 인도적 지원 사업 및 협력 업무를 해왔다.
그러다가 북한의 국경 봉쇄로 인해 현지에서 철수하거나 새 담당자가 북한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되면서 현재 유엔의 상주 인력은 아무도 북한에 남아 있지 않다. 객관적 시각에서 북한의 사회 실태를 직접 확인하고 공유할 '눈'이 현재로선 없는 셈이다.
북한은 방역을 이유로 4년째 유엔 관계자들의 상주를 불허하고 있지만 국경을 맞댄 중국의 방역 완화 등을 고려하면 북한이 유엔 측의 상주를 거절할 명분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살몬 특별보고관은 이런 점을 고려해 유엔 대표단 상주 재개를 선결 과제로 꼽은 것으로 보인다.
살몬 특별보고관은 구금시설을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진 북한 내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책임'과 '관여'라는 두 갈래 접근법을 써왔다고 소개했다.
조직적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사실을 규명해 그 책임을 북한 지도부에 묻고,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유도하도록 노력하는 것을 지칭한다.
살몬 특별보고관이 지난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식 회의인 '아리아 포뮬러'에 참석해 북한 내 인권 침해 사건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자고 제안한 것도 책임 부문과 관련한 활동에 속한다.
그는 ICC 회부가 일부 회원국의 반대로 현실성이 적지 않느냐는 질문에 "국제법이 정한 원칙은 따라야 하고, 반인도 범죄에 대해서는 기소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며 "ICC 외에도 한국을 비롯한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침해 가해자를 (각국 법원 등에서) 재판에 넘길 방법을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특히 살몬 특별보고관은 "국제사회가 안보 문제뿐 아니라 인도적 지원, 경제 발전 계획, 그리고 인권 문제까지 모두 아우르는 포괄적 대북 협상을 계획하고 이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북한의 변화를 압박하기 위해선 안보 문제만 따로 논의할 게 아니라 북한이 부인하기 어려운 약점으로 꼽히는 인권 이슈를 함께 다뤄야 해법을 찾아낼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북한은 국제인권조약에 자발적으로 서명하고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 인권검토(UPR) 절차에도 계속 참여해왔다"며 "이처럼 북한이 글로벌 인권 플랫폼에 개방돼 있는 점을 최대한 활용해 북한과 소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처럼 특별 임무자들이 북한에 일정한 횟수로 방문하는 것, 매년 일정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허용하는 것, 유엔의 권고 이행 여부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도 북한에 제시할 수 있는 기본적 요구사항이라고 살몬 특별보고관은 설명했다.
최근 여성·아동 인권 피해 실태에 초점을 둔 북한 인권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한 그는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앞으로도 계속 그 문제에 집중할 것이며 북한 사회의 변화를 이끌 여성의 역할에 대해서 자세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학자 출신인 살몬 특별보고관은 1996년 페루 출생으로, 대학교수로 재직하면서도 유엔개발계획(UNDP) 인권기반 접근 프로젝트와 국제형사재판소(ICC) 캄팔라 콘퍼런스 법률 자문역 등을 맡는 등 유엔 인권 업무에 참여해왔다.
그는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의장으로 활동하던 지난해 7월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전 특별보고관의 후임자로 공식 임명됐다. 임기는 1년이지만 최장 6년까지 연장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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