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열차 참사에 집권당 지지율 추락…총선 판세 '출렁'
신민당 지지율 32%→28.5%로 뚝…"12.5%로 늘어난 부동층 향배 승패 좌우"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지난달 그리스 중부에서 발생한 최악의 열차 충돌 참사가 총선 판도를 통째로 뒤흔들고 있다.
20일(현지시간) 그리스 일간지 카티메리니에 따르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끄는 단독 집권여당인 신민주주의당(ND·이하 신민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32%에서 28.5%로 떨어졌다.
열차 충돌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론이 대두되면서 핵심 지지층이 이탈한 결과로 풀이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신민당에 돌아선 표심이 야당을 '대안'으로 선택하지 않고 부동층으로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스 최대 야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지지율은 25%로 변동이 없었고,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은 지지율이 10.5%에서 9.5%로 되려 하락했다.
이에 반해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부동층 응답은 참사가 발생하기 전 9.5%에서 12.5%로 상승했다.
지난달 28일 그리스 중부에서 57명의 목숨을 앗아간 열차 정면 출돌 사고 이후 그리스에선 정부의 부실한 대응을 규탄하는 시위와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스 검찰은 라리사역 역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했지만, 그리스 국민들은 정부가 철도의 열악한 시스템을 오랫동안 방치한 탓에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 이후 교통부 장관이 사임하고, 미초타키스 총리가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분노한 민심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리스 역사상 최악의 열차 사고에 대한 분노와 좌절감은 정권 퇴진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다가올 총선에서 누가 승리할 것으로 보느냐는 여론조사 항목에서 신민당은 48%로 시리자의 27%를 크게 앞섰지만 한 달 전 58%에 달했던 기대치와 비교하면 10% 포인트 급락했다.
카티메리니는 결국 점차 늘어나는 부동층의 향배에 따라 총선 결과가 좌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매체는 키리아코스 총리가 총선일을 언제로 정하느냐가 첫 번째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키리아코스 총리가 애초 4월 9일로 예정됐던 총선일을 5월 21일 또는 28일로 연기해 이탈했던 지지층이 돌아올 수 있는 시간을 버는 방안이 현재로서는 유력하다.
두 번째는 사임한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교통부 장관의 총선 출마 여부, 세 번째는 신민당이 어떤 공약을 내세워 이슈를 선점하느냐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신민당의 단독 집권이 어렵다면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과 연립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초타키스가 총리를 맡고,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의 니코스 안드룰라키스 대표가 부총리를 맡는 방식이다.
다만 안드룰라키스 대표가 신민당, 시리자와의 선거연합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에 합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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