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임총리 "정부 임무는 당 지도부 결정 충실히 이행하는 것"
홍콩매체 "국무원이 정치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시선 강화"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리창 중국 신임 총리가 향후 중국 국가 정책에서 국무원(내각)의 역할이 약화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전문가를 인용해 전했다.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리 총리는 이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해 새롭게 꾸려진 국무원의 17일 첫 회의에서 "정부의 임무는 공산당 중앙 지도부가 내린 결정과 계획의 충실하고 건전한 이행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 총리는 또한 "모든 동지는 당의 전략적 의도를 완전하고 정확히 이해하는 좋은 실행자가 돼야 하며 당의 결정과 계획이 효과적으로 실행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의 전날 밤에는 공산당 중앙과 국무원은 금융과 과학기술, 홍콩 등 국정의 중대 현안을 당 중앙이 틀어쥐는 것을 골자로 한 '당과 국가기구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SCMP는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년에 걸쳐 원래 국무원에 속해 있던 권한을 포함해 많은 정책 결정 권한을 당으로 이관해온 흐름의 일부분"이라며 "분석가들은 리 총리가 내각에 부여한 임무는 국무원이 정치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시각을 강화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정치학자는 지난 10년간 국무원과 당 간의 주요 이견들로 인해 시 주석이 국무원을 약화시키고 당 비서장 체재로 전환하는 명확한 계획을 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SCMP에 "시 주석의 조치는 덩샤오핑이 남긴 당정 분리 개념을 크게 수정한 것"이라며 "시 주석은 자신만의 생각이 있고 이것이 국가의 통치와 발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 총리가 내각 경험 없이 총리로 승진했으며 그의 역할은 명령에 더 복종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리 총리가 이해하는 당 최고 지도부와 국가 행정부의 관계는 전임자인 리커창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10년 전 리커창이 총리로서 첫 국무원 회의를 주재했을 때 그는 정부의 역할이 임무를 철저히 수행하고 대중의 기대를 충족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리커창은 정부 부처에 "미시적 문제는 시장과 사회에 맡기고 거시적 관리를 강화하라"고 촉구하면서 새 정부는 신뢰, 실행 능력, 효율을 꾸준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원의 알프레드 우 교수는 중국 새 내각의 주요 문제는 당정 간 분업이 비교적 공정했던 이전 시스템과 비교해 견제와 균형의 기능이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진핑이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리창의 역할은 그의 친시장 스타일과 관련된 것 등 일부 임무에 한정되는 이러한 체계가 '뉴 노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병력 시스템은 없고 피라미드 시스템이 있다"며 정부 기관이 더욱 당에 종속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을 짚었다.
반면 칭화대 국가전략연구소의 셰마오쑹 선임연구원은 리 총리의 발언을 국무원의 약화에 대한 직접적 신호로 봐서는 안 된다며 "정부를 (당의 결정을) 실행하는 기계가 아니라 고도의 유연성과 창의성을 가진 기구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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