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경제수장직은 '독배'…'큰 꿈' 정치인도 물가급등에 궁지
하원의장 그만두고 경제장관 취임…세자릿수 물가·도덕성 논란에 이미지 추락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대권을 꿈꾸는 아르헨티나의 유력 정치인이 경제장관 자리를 맡은 후 궁지에 몰렸다.
현지 일간지 라나시온은 19일(현지시간) 102.5%에 달하는 2월 물가상승률이 공개되면서 세리히오 마사 경제장관의 이미지가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사 장관은 지난해 8월 경제부·생산개발부·농림축산수산부를 통합한 슈퍼경제부의 수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경제장관 취임을 위해 아르헨티나 권력 순위 3위인 하원의장직을 포기하는 파격적인 선택으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현지 언론은 마사 장관이 올해 10월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마사 장관이 아르헨티나의 최대 문제인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낸 뒤 자연스럽게 대선에 도전한다는 시나리오를 짰다는 것이다.
취임 직후에는 이 같은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였다.
외국에서 차관을 유치해 외환보유고를 강화하는 한편, 정부 정책에 반대하던 농축산수출업자들과 유연한 협상에도 성공하면서 시장을 안정시켰다.
또한, '공정한 가격'이라는 물가 동결 프로그램을 통해 2천 개가 넘는 소비재 가격을 동결하는 등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도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을 막지 못했다. 결국 2월 물가상승률이 세 자릿수를 넘어가자 정부 내부에서도 그가 실패했다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물가 폭등 외에도 올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3%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경제는 호전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그의 도덕성에도 흠집이 가기 시작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한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의 첫 친선경기 입장표 온라인 판매를 담당한 업체 경영진이 마사 장관과 긴밀한 관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확산했다.
또한 마사 장관의 부인이 사장으로 재직하는 수도공사 입찰에서 역시 마사 장관과 친분이 있는 전직 관료들이 설립한 회사가 낙찰되었다는 소식도 이미지 추락에 일조했다.
다만 라나시온은 마사 장관이 재계의 지지를 받고 있고, 야당이 분열된 상황이기 때문에 마사 장관의 대권 시나리오는 아직 종료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sunniek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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