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방과 갈등 속 외교 특사 적극 활용"
홍콩매체 "중국, 2002년 이래 특사 최소 18명 임명"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서방과 갈등 속 '셔틀 외교 군단'인 외교 특사들을 분쟁 지역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9일 전했다.
SCMP는 자체 분석 결과 중국이 2002년 첫 중동 특사를 임명한 이래 지금까지 최소 18명의 특사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그중 15명은 2013년 이후 임명됐다.
이어 특별대표 혹은 협상가로도 알려진 이들 직업 외교관은 아프가니스탄부터 한반도, 시리아에 이르기까지 특정 이익이나 우려와 관련된 이슈·지역을 중재하는 임무를 띠고 있으며 일부는 퇴직 연령을 넘겼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또한 최근 몇년간 남미, 중앙·동부 유럽, 중동, 아프리카의 뿔, 유라시아 지역과의 관계 구축을 위해 특사들을 임명하고 있다.
SCMP는 "분석가들은 중국이 이를 통해 외교적 노력을 펼칠 수 있으며, 미국 주도 서방의 압력을 상쇄하려는 노력 속에서 더 많은 특사가 배치돼야 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이달 초 조용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에 중재자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공개됐을 때 자이쥔 중국 중동특사는 이미 다음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고 소개했다.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베이징에서 사우디·이란 대표단과 중국 정부가 나흘간 회담을 했다는 사실이 지난 10일 드러났을 때 자이 특사는 이미 중동으로 돌아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 프로세스의 시동을 걸기 위해 해당 지역을 종횡무진 중이었다는 것이다.
또 같은 기간 웨샤오융 아프간 문제 특사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아프가니스탄 분쟁 해결법을 논의하기 위해 현지 담당자와의 정례 회의에 참여하고 있었고, 첸보 태평양도서국 사무 특사는 태평양 지역 미크로네시아, 파푸아뉴기니, 바누아투의 지도자들을 만나고 있었다.
중국 국제문제연구소의 추이샤오타오 연구원에 따르면 대사와 달리 중국 특사들은 대개 특정한 국제적 분쟁 지역에서 장기적인 노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좀더 유연하고, 중국의 외교적 우선 사안을 시사한다.
상하이 사회과학원 국제관계연구소 왕젠 소장은 특사들이 해당 지역과 중국의 관계 개선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미국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는 중국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중국 특사들은 미얀마의 민족 분쟁, 북한의 핵문제, 아프가니스탄의 평화 프로세스 같은 중요한 이슈에서 공식·비공식적으로 협상을 촉진하고 때때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사안에 따라 지역 문제를 위한 더 많은 특사가 임명될 수 있다"며 "그들은 빈번하게 오가며 소통을 강화할 수 있고, 이는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 특사는 쉬운 임무가 아니라고 SCMP는 짚었다.
지난해 4월 중국-중·동유럽(CEEC) 협력 특별대표인 훠위전 대사가 '17+1 경제협력체' 복원을 위해 유럽 6개국을 순방했는데 폴란드 외무장관과의 만남이 거부됐다.
2012년 중국과 중·동유럽 국가 간 만들어진 '17+1 경제협력체'는 2021년 5월 리투아니아가 탈퇴하면서 '16+1'로 줄어들었고,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위기에 처했다.
이달 초 중국 정부는 첸보 태평양도서국 사무 특사의 미크로네시아 방문이 성공적이었다고 발표했는데, 며칠 후 데이비드 파누엘로 미크로네시아 대통령은 첸 특사가 태평양제도포럼 기간 자신에게 정부 요원을 붙여 미행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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