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크림병합 9주년 맞아 직접 운전해 크림반도 방문
세바스토폴 어린이 센터·미술 학교 개교식 깜짝 참석
AP "국제형사재판소, 체포영장 발부에 대응 조치 성격"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크림병합 9주년을 맞아 크림반도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
AP, AFP, 로이터 통신은 이날 러시아 현지 방송사가 공개한 TV 영상을 토대로 푸틴 대통령이 크림반도에 도착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마저 TV 화면을 확인한 뒤에야 관련 소식을 전할 정도로 푸틴 대통령의 크림반도 방문은 극비리에 진행됐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 서남부 항구도시 세바스토폴까지 직접 차를 운전해서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가 임명한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세바스토폴 시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 대통령은 놀라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라즈보자예프 시장은 "화상 회의로 대통령에게 보고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직접 왔다"며 "그는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런 역사적인 날에 대통령은 항상 세바스토폴 시민들과 함께한다"며 "우리나라에는 놀라운 지도자가 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라즈보자예프 시장의 안내를 받으며 이날 개교한 어린이 센터와 미술 학교를 둘러봤다.
이번 방문은 국제형사재판소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지 하루 만에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문에서 국제형사재판소의 결정과 관련해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AP는 푸틴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의 조치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어린이 센터와 미술 학교를 방문지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킨' 전쟁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러시아는 2014년 3월 친서방 노선을 채택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응징으로 그때까지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자국으로 병합했다.
그해 3월 16일 실시된, 러시아 귀속 찬반을 묻는 크림 거주 주민들의 투표에서 96.7%가 귀속을 지지했음을 근거로 들었다.
푸틴 대통령은 같은 해 3월 18일 크림 병합 협정에 서명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점령한 상태에서 실시한 주민투표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반환을 요구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1년을 넘긴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를 포함한 모든 러시아 점령지의 탈환 목표를 꺾지 않고 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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