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패트릭의 날'은 어쩌다 술 마시는 날이 됐을까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전파한 수호성인 패트릭(386~461년)을 기리는 '성 패트릭의 날'(St.Patrick's Day)이 어쩌다 '술 마시는 날'이 됐을까.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17일(현지시간) '성 패트릭의 날'을 맞아 이날의 기원과 풍습의 유래, 전이된 사실 등에 대해 소개했다.
이 신문은 "미국에서 '성 패트릭의 날'은 달력에 황금 동전 냄비가 그려진 날, 초록색 옷을 입고, 초록 염료를 넣은 맥주를 마시는 날, 네 잎 클로버를 찾듯 아일랜드계 혈통 연관성을 살펴보는 날 등으로 보일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하지만 원래 이날은 미국에 정착한 아일랜드계가 그들의 민족 문화 유산을 자랑스러워하며 기념하는 날"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뉴욕주 올버니의 '아일랜드계 미국인 문화유산 박물관'(IAHM) 사무총장 엘리자베스 스택,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아일랜드인 축제 '아이리쉬 페스트'(Irish Fest) 코디네이터 브라이언 위트 등에게 정확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우선 성 패트릭은 아일랜드인일까? 아니다.
그는 386년 영국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16세 때 해적에 납치돼 노예로 팔렸고 아일랜드 서부 해안의 에메랄드 섬에서 6년간 노예생활을 했다.
408년 마침내 탈출에 성공, 프랑스로 가서 사제가 됐으나 432년 교황 첼레스티노 1세에 의해 주교로 성임된 후 아일랜드로 돌아가 기독교를 전파하며 선교활동을 했다.
성 패트릭은 세 잎 클로버(Shamrock)을 이용해 삼위일체를 설명했으며 3월 17일은 성 패트릭이 선종한 날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성 패트릭의 날'은 어쩌다 술 마시는 날이 됐을까.
스택은 "술이 '성 패트릭의 날' 축하 행사의 일부가 된 건 최근의 일"이라며 "술 마시는 날로 여겨지는 것이 매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가족이 모여 성 패트릭을 기리고 축하하는 날이다. 특히나 성 패트릭의 날은 사순절 기간에 있기 때문에 술을 살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일랜드 사람들이 펍(Pub·술집)에 모여 왁자지껄 떠들며 술을 마시는 음주 문화로 유명하지만 이로 인해 성 패트릭의 날 본래의 분위기가 왜곡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아일랜드 커뮤니티는 이날을 매우 신중하게 보내려 노력한다"고 부연했다.
위트도 "사람들은 아일랜드인들을 항상 술과 연관지어 생각하곤 한다. 아일랜드계 인구 비율이 높은 도시에 펍 문화가 발전하고 술집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모든 고정관념이 다 진실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 패트릭의 날'에 초록색 옷을 입는 이유에 대해 위트는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의 민족적 자부심'이 반영된 것"이라며 아일랜드 국기가 초록·흰색·주황색으로 구성된 사실을 상기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원래 성 패트릭의 색은 파랑이다.
그는 파란색 망토를 둘렀고 조지 3세 아일랜드 국왕은 하늘색에 가까운 파란색을 '성 패트릭 블루'로 명명하기도 했다.
스택은 "미국인들이 성 패트릭의 날에 초록색 옷을 입는 이유 중 하나는 초록 옷을 입으면 레프러콘(아일랜드 민담에 등장하는 주황색 수염의 요정)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신화적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일랜드에서는 아직도 성 패트릭의 날이 '가족의 날'이고 매우 중요한 날로 여겨진다"며 공휴일이라 학교가 쉬고 대부분 사업체가 문을 닫는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도 다양한 축하 행사와 퍼레이드가 열리지만 연방 공휴일은 아니다.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