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탈레반에 '손짓'…정부 온라인 특강행사에 초청
중국·파키스탄과 밀착 움직임 견제…테러 확산 저지 의도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남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인도가 국제 무대에서 소외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와 교류 확대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탈레반과 교류를 통해 자국 내 테러 확산을 막고 중국, 파키스탄 등 '앙숙 국가'들이 아프간과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것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15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매체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전날부터 4일간 진행되는 온라인 전문가 훈련 특강 프로그램에 탈레반을 초청했다.
인도경영대학(IIM) 측이 교육에 나서는 이 과정은 인도 외교부가 주관하는 기술·경제 협력 프로그램으로 외국 공무원이 대상이다.
프로그램에서는 인도의 경제 환경, 법 제도, 문화유산 등에 대한 설명과 외교 관련 교육이 이뤄진다.
인도 정부는 최근 카불 주재 자국 대사관을 통해 아프간 측에 이 프로그램 참여 의사를 타진했고 탈레반 정부는 이를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하일 샤힌 아프간 외교부 고위 관리는 "우리 정부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은 관계 당국 선발 절차를 거쳐 이 온라인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가 2021년 8월 아프간 재장악에 성공한 탈레반에 이런 정부 공식 행사 초청 의사를 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는 파키스탄, 이란 등에 이어 지난해 중반 카불 대사관 운영도 재개했다.
동시에 지난해 6월 아프간에서 강진이 발생하자 대규모 구호물자를 보냈고, 지난주에도 이란을 통해 밀을 지원하는 등 다각도로 교류를 모색하고 있다.
이런 인도 정부의 태도는 과거와 상당히 달라진 것이다.
앞서 인도는 20년 넘게 탈레반을 테러리스트 조직이라며 무시해왔다.
인도는 탈레반의 1차 통치기(1996∼2001년)부터 미국 등과 함께 반(反)탈레반 세력인 '북부 동맹'을 지원했다.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미국의 침공으로 무너지고 친미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자 적극적으로 인프라 투자를 벌이기도 했다.
탈레반이 파키스탄과 밀접한 관계라는 점을 고려해 이와 대척점에 있는 정부와의 관계 강화에 총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하지만 2021년 아프간 전 정부가 갑자기 무너지고 최근 중국이 경제 협력 등을 통해 현지 영향력을 강화하자 인도도 탈레반 정부와 관계 개선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특히 인도 정부는 아프간과 남아시아의 분쟁지가 테러 세력의 온상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에 고무된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분쟁지 카슈미르 등에서 본격적으로 반인도 테러를 벌일 수 있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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