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법원, 사할린-1 철수 美엑손모빌 체납액 2천700억 환수 결정
"엑손모빌 과거 러시아법 적용 인정…사업 중단 정당한 이유 없어"
지분 매각 대금서 환수액 공제할 수도…엑손모빌 항소 기간 남아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러시아 법원이 러시아 극동 '사할린-1' 프로젝트에서 철수한 미국 석유기업 엑손모빌을 상대로 검찰이 제기한 세금 미납액 155억 루블(2천700억원) 환수 청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 등에 따르면 사할린주 유즈노사할린스크 법원은 지난달 28일 검찰이 엑손모빌 자회사 엑손 네프트가스를 상대로 낸 체납액 청구 소송에서 검찰 측 손을 들어줬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엑손 네트프가스의 세금 미납으로 러시아 연방 및 사할린주가 입은 손실은 지난 1월 30일 기준으로 155억 루블에 이른다.
앞서 지난 1월 검찰은 사할린-1 프로젝트 운영을 맡았던 엑손 네프트가스가 작년 4월 사업 철수 후 부당하게 세금을 미납했다며 법원에 환수를 요청했다.
법원은 판결 과정에서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는 다수 근거를 제시했다.
우선 법원은 엑손 네프트가스가 과거 여러 차례 러시아 법 규정에 따라 감독 당국이 부과한 행정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벌금을 납부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법원은 엑손 네프트가스가 생산물분배계약(PSA)에 근거해 사할린-1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동안 러시아 법률을 적용받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봤다.
또 이에 근거해 이번 분쟁이 중재 재판이나 다른 국가 법원이 아닌 러시아 내 일반 관할 법원에서 러시아 국내법 규칙에 따라 해결돼야 한다고 결정했다.
법원은 엑손 네프트가스가 작년 4월 사할린-1 프로젝트 운영을 중단한 것 역시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정당한 동기가 없다고 판단했다.
엑손 네트프가스는 사할린-1 운영 중단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 제재 때문이라고 했지만, 법원은 이런 이유가 계약에서 규정한 자연적 또는 인위적으로 유발된 불가항력적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봤다.
이와 관련해 인도와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이 여전히 사할린-1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점 등을 들었다.
법원은 엑손 네프트가스의 프로젝트 중단으로 극동 하바롭스크주에 공급할 천연가스 생산이 멈춰 이 지역에 비상사태를 초래했으며, 프로젝트 참가자들에게 돌아갈 수익도 대폭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런 까닭에 작년 10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사할린-1 프로젝트를 운영할 새 법인을 설립하는 법령에 서명한 것이 정당하다고 했다.
코메르산트는 러시아 당국이 법원 판결에 따른 세금 미납액을 환수하기 위해 향후 엑손모빌이 보유했던 사할린-1 지분 매각 대금에서 이를 공제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법원 판결의 효력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으며, 엑손 네프트가스가 항소할 시간도 남아있다고 했다.
사할린-1 프로젝트는 사할린주 북동부 지역 해저에 있는 유전·가스전 3곳에서 진행하는 에너지 사업이다.
당초 엑손모빌을 비롯해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 일본 사할린석유가스개발, 인도 국영석유회사인 ONGC 비데시 등 4곳이 참여했다.
하지만 엑손모빌은 우크라이나 사태 발생 후 사업 철수 방침을 밝히며 석유·가스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했다.
현재 사할린-1 프로젝트 운영은 러시아 대통령령에 따라 작년 10월 새롭게 설립된 사할린-1 LLC가 맡고 있다.
일본과 인도 측 기존 투자자 2곳은 새 운영법인 지분 인수에 참여해 종전과 같은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엑손모빌은 지분 인수를 거부하고 작년 10월 러시아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한동안 운영이 중단됐던 사할린-1 프로젝트는 지난달 초부터 석유 생산 등을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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