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클러스터로 '실리콘 쉴드' 강화…"글로벌 패권경쟁속 결단"
"반도체 경쟁력이 안보 보장…승기 잡기 위해 특화단지 지정"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정부가 2042년까지 수도권에 세계 최대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하면서 반도체 클러스터가 '실리콘 쉴드'의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15일 경기 용인에 300조원 규모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클러스터에는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팹) 5개를 구축하고 국내외 우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및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을 포함해 최대 150개 기업을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용인 클러스터는 약 710만㎡ 규모로 평택 생산단지(289만㎡)의 2.5배 규모다.
◇ 반도체 생태계 강화…'국가 안보 방패 역할' 기대
새로 조성될 반도체 클러스터는 '실리콘 쉴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리콘 쉴드는 반도체가 국가 안보의 방패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한다.
핵 보유국과의 동맹을 통해 국가 안전을 보장하는 '핵우산'처럼, 반도체 경쟁력을 통해 국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TMSC의 창업자인 장중머우(張忠謀) 전 회장은 과거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TSMC로 인한 '실리콘 쉴드'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격으로부터 대만을 보호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미국 인텔의 팻 겔싱어 CEO도 "과거 50년은 석유 매장지가 지정학적으로 중요했다면, 미래 50년은 반도체 공장이 어느 지역에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특화단지 지정으로 반도체 생태계가 강화되면 그만큼 우리나라가 국제 무대에서 비교우위를 갖게 될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안보의 핵심 자산인 반도체를 '국내 자산화'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 주요국도 반도체 산업 유치 총력…"승기 잡기 위한 결단"
주요국들도 반도체 산업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005930]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것도 유치전이 얼마나 치열한지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TSMC 애리조나 팹(공장) 장비 반입식 행사에도 참석하며 반도체 기업 유치를 위해 직접 발로 뛰고 있다.
중국도 정부 주도로 반도체 굴기를 꿈꾸고 있다.
중국은 2014년부터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450억달러(57조원) 규모의 국가집적회로 산업투자펀드를 설립해 관련 기업 지원에 공을 들여왔다.
이를 통해 성장한 기업이 중국의 파운드리 업체인 SMIC(중신궈지)와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 등이다.
유럽도 최근 반도체 산업에서 입지를 확보하려 애쓰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는 올해 1월 회원국 간 합의가 이뤄진 'EU 반도체칩법(EU Chips Act)'을 들 수 있다.
이 법은 반도체 산업에 최대 430억유로(57조원)를 투입해 2030년까지 EU의 반도체 세계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능력을 지금의 2배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일본도 반도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반도체 산업에 사활을 걸었다.
자국의 반도체 소재 및 장비 업체들과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들의 유치·연계를 통해 자국 내 공급망을 새롭게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TSMC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대만 입법원은 '대만형 칩스법'으로 불리는 산업혁신조례 일부법률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은 TSMC 등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적 기업들에 R&D 투자액의 25%, 설비투자액의 5%를 법인세에서 감액해주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 패권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번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은 국내 반도체 산업 기반과 역량을 다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석열 대통령이 치열한 글로벌 첨단 산업 유치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특화단지 지정을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kih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