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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개편 추진에 게임 업계도 촉각…'크런치 모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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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개편 추진에 게임 업계도 촉각…'크런치 모드' 부활?
"악용 소지 커" vs "게임산업 특성상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정부가 일주일에 최장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근로 시간 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업무 특성상 '크런치 모드' 관행으로 유명한 게임업계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크런치 모드는 게임·서비스 출시 전 야간·주말 근무를 포함한 고강도 근무 체제에 들어가는 것을 뜻하는 IT 업계 용어로, 짧게는 1∼2주부터 길게는 몇 달간 진행된다.
크런치 모드는 2018년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된 이후 대형 게임사에서 상당 부분 사라졌으나, 중소 게임사에서는 현재까지도 공공연하게 행해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월 발간한 '2022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장 최근 참여한 프로젝트'에서 크런치 모드를 경험한 종사자는 전체 응답자의 19.1%로 나타났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이 비율이 평균보다 한참 낮은 5.1%에 불과했지만 100인∼299인 사업장의 경우 17.9%였고, 50∼99인 사업장 20.6%, 5∼49인 사업장 21.6%, 5인 미만 사업장 25% 등 회사 규모가 작아질수록 크런치 경험 비율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조사에 따르면 평균적인 크런치 모드의 지속일 수는 9.6일, 가장 길었던 일주일 노동 시간은 평균 60시간, 하루 평균 20.2시간으로 나타났다.


게임 업계 노조를 중심으로는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크런치 모드의 '일상화'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온다.
배수찬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넥슨지회장은 "정부가 내놓은 방안대로라면 선택적 시간 근로제 아래서 한 달에 약 270시간 이상 근로가 가능한데, 이는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준"이라며 "노조가 있는 회사는 노사간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게임사가 아직도 많은 상황에서 악용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노영호 웹젠지회장도 "현재도 포괄임금제를 시행하는 게임사가 많은 상황에서, 근로시간이 늘어날 경우 장시간 근로를 하더라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선진국을 지향한다면, 근무시간을 무작정 늘리기보다는 업무 효율성을 높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관리자나 임원급에서는 게임 출시 직전이나 대형 업데이트처럼 특정 시기에 일이 몰리는 게임 업계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정부 취지에 공감했다.
판교의 한 팀장급 개발자는 "기업도 인건비 부담으로 69시간을 항상 채우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발매 직전이나 서비스 장애 발생 같은 '비상 상황'에 집중적인 근무를 하지 못한다면, 개발 기간은 지연되고 서비스 품질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견 게임사 임원도 "과거와는 달리 52시간 근무제 도입 후로는 열정 있는 개발자가 야근하고 싶어도 회사가 막고, 성과를 못 낸 사람도 근무 시간에 맞춰 퇴근한다"며 "경험상 크런치 모드가 항상 좋은 결과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 업계의 실정에 맞게 정부가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고 의견을 냈다.



블록버스터급 콘솔 게임 제작사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게임 업계에서도 크런치 모드는 '뜨거운 감자'다.
'GTA 5'·'레드 데드 리뎀션 2' 등으로 유명한 락스타 게임즈, 국제 시상식을 여러 번 휩쓴 '더 라스트 오브 어스'·'언차티드' 시리즈를 만든 너티독은 발매 직전 실시하는 강도 높은 크런치 모드로 악명이 높다.
'위쳐' 시리즈를 만든 폴란드 게임사 CDPR도 2020년 '사이버펑크 2077' 출시를 앞두고 크런치에 돌입, 일부 직원은 주당 100시간씩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juju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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