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와 美 FCC는 닮은꼴…최근엔 함께 삐걱
정치권 추천 거버넌스의 허점 나란히 노출…정권교체 등 변수 생기면 헛바퀴
위원회 구조 한계 지적속 입법 보완 목소리…"여야 협의로 시행령 등 개정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모델은 미국 연방 방송통신위원회(FCC)다.
기능도 유사하지만, 위원 구성을 포함한 지배 구조가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모습이 서로 똑 닮았다. 그런 만큼 두 기관은 정치적 변수로 인해 업무에 차질을 빚는 현상도 최근 함께 일어나고 있다.
FCC와 방통위 모두 여야가 추천한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FCC의 경우 위원 임명은 대통령이 하며 상원 인준을 받아야 한다. 의장은 대통령이 5명 중에 지명한다. 또 대통령 소속 정당이 3명 이상이면 안 된다.
FCC 위원은 후임이 임명되기 전까지 계속 근무할 수 있으며 임기 만료 후에는 다음 회기가 끝날 때까지만 활동한다. 후임이 임명되지 않으면 공식 임기 만료 후 1년 반까지도 재임할 수 있다.
현재 FCC에서는 위원장 대행인 제시카 로젠워셀 위원과 제프리 스타크스 위원(이상 민주당 추천), 브랜던 카와 네이선 시밍턴 위원(이상 공화당)이 활동하고 있고 나머지 한자리는 공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0월 지지 손 전 FCC위원장 선임보좌관을 세 번째 민주당 몫 위원으로 일찌감치 지명했으나 공화당이 그의 성향과 이력 등을 문제 삼아 표결을 거부했고, 이후 FCC는 여야 2 대 2 구도에서 공전을 거듭해왔다.
미국 주요 지역 방송 중 하나인 테그나 매각 등 여러 이슈에 대한 논의가 장기간 밀리던 가운데 지난 7일 결국 지지 손이 지명 철회를 요청하고 물러나면서 공석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방통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방통위는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조작 의혹 등과 관련한 검찰 수사, 감사원 감사, 국무조정실 감찰이 진행 중이라 더 어수선한 분위기다.
방통위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한상혁 위원장과 김창룡 위원,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김현 위원, 국민의힘이 야당 시절 추천한 안형환 부위원장과 김효재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안 부위원장은 3월 30일, 김창룡 위원은 4월 5일 임기 만료 예정이다. 한 위원장은 7월 31일, 김효재·김현 위원은 8월 23일 임기가 종료된다.
특히 안 부위원장은 자신의 후임 자리를 두고 여야가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보이자 "한 위원장과 내가 같이 물러나면 내 자리는 야당이 차지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위원장을 임명하면 된다"는 입장을 최근 밝히기도 했다.
그가 내세우는 근거는 "정부 여당이 3석, 나머지가 2석을 차지해 정부·여당이 안정적 과반을 가져가라는 게 입법 취지"라는 것이다.
다만 야당 위원들 반발도 거셀 것으로 예상돼 차기 위원장 임명 때까지 안 부위원장 후임은 공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창룡 위원 자리의 경우 대통령 몫이므로 바로 임명될 것으로 보이고, 그렇게 되면 여야 2 대 2 구도가 된다.
한 자리가 빈 상태에서 여야가 팽팽한 구도라 미 FCC처럼 한동안 100% 업무 기능을 발휘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결국 입법 미비, 입법의 허점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면서 "쉽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라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합의해 시행령 개정 등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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