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심과 소탈함'…중국 2인자 리창 '데뷔무대' 키워드
시진핑 발언 금과옥조처럼 거론…당 지침 충실이행 의지 밝혀
관념론 대신 현실적 이야기 많아…자칭 "오랜 네티즌" 발언 눈길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폐막한 직후 1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계 언론들과 '상견례'한 리창 중국 신임 총리의 첫인상은 '충성심'과 '소탈함' 두 단어로 요약된다.
시 주석의 저장성 근무 시절(2002∼2007년) 한동안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리 총리는 자신을 14억 중국의 2인자로 높여 준 시 주석에 대한 절대적 충성심을 숨기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 총리는 회견에서 '시진핑 총서기'를 4차례 거론했는데, 민영경제 발전, '발전의 질 향상' 등과 관련한 자기 생각을 밝히기에 앞서 시 주석이 한 발언들을 '금과옥조'처럼 인용했다.
그리고 시 주석 '1인 체제' 강화 속에 시 주석과 거의 동일시되고 있는 '공산당 중앙'의 결정을 구체화하고 실행하는 것이 자신이 이끄는 행정부(국무원)의 임무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새 정부의 시정 목표와 중점 업무가 무엇이냐'는 첫 질문에 대해 "새 정부의 업무는 당 중앙의 결정과 배치를 잘 관철하고 실행하며, 20차 당 대회(작년 10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수립한 청사진을 시공도로 만들고, 전국 인민과 함께 웅대한 청사진을 아름다운 현실로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 경제 정책을 언급하며 당 중앙정치국이 주최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작년 12월)가 이미 전면적 배치를 했다면서 그 회의의 연장선상에서 정책을 펼 것임을 분명히 했다.
농촌 진흥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당 중앙농촌공작회의에서 시 주석이 제기한 요구사항을 거론한 뒤 "지금 우리의 모든 농촌 공작은 (당) 중앙의 요구에 따라 모든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집권 3기를 특징짓는 '당강정약', '당정통합' 양상이 앞으로 더욱 견고해질 것임을 예상케 하는 발언들로 보였다.
이에 대해 홍콩 명보의 중국 정치 전문 칼럼니스트인 쑨자예는 14일 "리 총리는 이념과 정책 측면에서 시 주석과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시 주석의 깊은 신임을 받고 있다"며 "그의 기자회견 발언을 보면 아첨한다기보다는 '시진핑 깃발'을 높이 들고 자신의 포부와 이상을 실현하려는 것 같다"고 썼다.
아울러 리 총리는 회견에서 경제 문제 등과 관련해 이념적이거나 관념적인 이야기보다는 현실에 바탕을 둔 실질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절대다수의 보통 사람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만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주택, 취업, 소득, 교육, 의료, 생태환경 등 자기 주변에서 구체적으로 체험하는 일에 더 관심이 있다"고 한 대목과 "중국 경제의 총량은 세계 2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발전은 불균형하고 불충분하다"고 인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고용은 민생의 근본"이라며 특별히 일자리 창출 의지를 피력한 것도 민심을 반영한 대목으로 평가됐다.
또 역대 중국 총리 대부분이 거친 부총리 경험은 물론 중앙 정치 경험 자체가 전무하다는 데 대한 세간의 '경험 부족' 우려에 자기 나름의 '경험'을 내세우며 맞서는 듯한 인상도 남겼다.
그는 "오랫동안 지방에서 일하며 하나 깊이 느낀 것이 있다"면서 "사무실에서 앉아 있으면 모든 게 '문제'로 보이고, 현장에 가서 조사하고 연구하면 모든 것이 '해법'으로 보인다. 고수는 민간에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2017∼2022년 상하이 당서기 재직 시절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국제수입박람회를 5년 연속 개최한 사실, 상하이에서 외자 기업 임원들과 만나 나눈 이야기 등을 회견에서 소개했다.
지난해 사망한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을 연상시키는 열정적인 하이톤과 저장성 현지 어조를 구사하면서 격의 없는 소탈한 면모도 보였다. 그는 "나는 정말로 네티즌들의 관심사에 답하고 싶다"며 "나 자신이 '오랜 네티즌'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면 경제 정책 등과 관련한 리 총리 발언에서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의 정책을 충실히 집행하겠다고 하고, 자신감과 목표 달성 의지를 밝혔지만, 자기 색채가 담긴 구체적 정책 방향은 이번에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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