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각료 "'밀물 난민' 배후는 러용병기업…남유럽 갈수록 위험"
올해 도착 난민, 작년比 3배…"우크라 지원에 보복하려 난민 이용"
프리고진 "우리와 무관"…이탈리아 야당 "정부 책임 회피 의도" 비판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최근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밀려드는 난민이 급증한 배후에 러시아의 민간 용병기업 와그너그룹이 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올해 들어 이탈리아행 난민이 크게 늘어난 것을 지적하며, 와그너그룹이 이주민과 난민을 '하이브리드 전쟁'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현지 뉴스채널 라이뉴스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한 데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 측이 이탈리아로 난민을 몰아넣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 해안에 도착한 이주민은 약 2만명으로,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숫자다.
이주민 행렬이 급증하며 지난 달 이탈리아 서남부 해안에서는 난민 100여 명을 태운 목선이 좌초해 어린이를 포함해 약 80명이 숨지고, 20여명이 실종되는 등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크로세토 장관은 이날 소집된 이탈리아 각료회의에서 "아프리카발 난민 행렬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는 일부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와그너그룹의 명백한 '하이브리드 전쟁'의 일환이라는 것이 이제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서방은 사이버공격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분쟁의 일환임을 알게 된 것처럼 이제 (난민 관문인) 남유럽이 나날이 더 위험해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며 "통제할 수 없고, 지속적인 난민 행렬이 경제적·사회적 위기에 보태지며 이탈리아가 특히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다양한 종류의 복수에 가장 취약한 나라들이 홀로 방치된다면, 대서양 동맹이 분열될 수도 있다"며 이탈리아의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EU 회원국의 지원을 촉구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도 앞서 이탈리아 뉴스통신 안사(ANSA)에 이탈리아에 들어오는 난민 상당수가 와그너그룹의 통제를 받는 지역에서 출발하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밝히며 비슷한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등에서 러시아 편에서 싸우고 있는 와그너그룹은 유럽행 난민들의 주요 출발지인 리비아를 비롯해 말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다.
작년 10월 출범 이래 강경 난민 정책을 펼치고 있는 조르자 멜로니 정부의 핵심 관료들에게서 나온 이런 발언에 와그너그룹 수장 예브고니 프리고진은 즉각 반발했다.
프리고진은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는 난민 위기와 무관하다"면서 스스로의 문제를 처리하기에도 바쁘다며 이탈리아 측 주장에 불쾌감을 표했다.
이탈리아 내에서도 난민 급증의 배후로 와그너그룹을 지목한 것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안젤로 보넬리 녹색당 대표는 "멜로니 정부 각료들의 이런 발언은 난민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러시아나 친러 국가들이 유럽의 안정을 해치기 위해 이민자와 난민들을 이용한다는 주장은 처음이 아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알렉산데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2021년 이라크 등 중동 난민 수천명을 자국으로 초청한 뒤 이들을 접경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지로 밀어 넣어 EU의 거센 반발을 샀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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