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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와 달라"…리먼 부실채권발·SVB 안전자산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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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와 달라"…리먼 부실채권발·SVB 안전자산발
휴지장 서브프라임모기지 vs 초우량 미국 장기국채
신속대처도 차이…이번엔 '대마불사' 구제금융 배제
전문가 "다른 문제"…"전방위 확산 없을 것" 신중한 관측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지난 주말 갑작스럽게 전해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초고속 파산 소식에 전 세계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SVB의 파산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리먼 브라더스 사태처럼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SVB 파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문을 닫은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 이후 미국에서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라는 점에서 충격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미국 16위 은행인 SVB가 무너지자 많은 사람들이 세계 4대 투자은행 중 하나이던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본격화한 15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그때와 지금은 여러 모로 다르다고 짚었다.
파산의 원인은 물론 당국의 대처, 금융 시스템 전반의 환경 등에서 큰 차이가 있는 까닭에 15년 전처럼 위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라고 미 언론은 조심스럽게 전했다.
우선, 리먼 브라더스 몰락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이 도화선이 됐고, SVB는 미국 장기국채라는 초우량 안전자산에 투자했으나 급격한 금리인상의 충격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가 고객의 대규모 예금 인출로 이어지며 파산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SVB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기간 늘어난 고객들의 예금을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등에 투자했는데, 갑자기 늘어난 고객의 예금 인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 자산을 매각하면서 큰 손실을 입었다. 그동안의 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미 플로리다대 재무 전문가인 제이 R.리터 교수는 WP에 "SVB를 둘러싼 우려는 서브프라임모기지, 갚을 능력 이상으로 지출한 사람들의 탐욕으로 초래된 2008년의 상황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며 "SVB의 근본 문제는 근래의 금리 인상"이라고 지적했다.
WSJ 역시 "2008년 금융 위기와 현재의 은행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는 긴장은 크게 다르다"며 "SVB가 투자한 채권은 만기 시 전액 상환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2008년 금융 시장을 초토화시킨 위험성이 큰 주택담보대출과 연계된 복잡한 신용 수단과는 전혀 다른 세계"라고 평가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흑역사를 아직 기억하고 있는 미 정부도 신속한 '불끄기'에 나섰다.
SVB에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무관하게 전액 보증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에 자금을 대출하기로 한 것이다.
미 재무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동 성명을 발표, SVB 사태가 금융 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적극 개입하기로 했다.
미 정부의 발빠른 조치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의 부도로 신용 시장에 예상을 뛰어넘는 연쇄적인 충격파가 일며,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진 기억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는 전 세계에서 부동산과 주가 하락, 소비 위축, 투자·고용 감소로 이어져 전 세계적인 실물경기 침체로 전이된 바 있다.
미 정부가 발표한 조치는 예금보험 대상에서 제외된 은행 고객을 보호하고 다른 은행들의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 너무 커서 붕괴 때 위험이 크다는 판단 하에 이뤄진 구제금융이나 공적자금 지원은 이번에 배제했다.
정부가 구제금융으로 은행을 살릴 경우 '도덕적 해이' 논란이 거세지고 연방정부 부채 확대에 거부감이 큰 공화당의 반대가 불을 보듯 뻔했다는 점을 고려해 예금주들만 살리는 쪽으로 정부 지원을 최소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 분야의 규제가 강화돼 대형 은행들의 체질이 강화된 것도 SVB 파산으로 인한 위기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NYT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 대형은행들은 위기 상황에 대비해 일정 수준의 예비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엄격한 자본 요건과 사업 다각화에 대한 규정이 도입됐다"고 지적했다.
미 하버드대학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WP에 "SVB의 붕괴가 시스템 전반의 문제로 이어질지를 논의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면서도 "2008년에 비해 경제가 현저히 강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의 완전한 붕괴를 막을 것이라는 점에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로고프 교수는 그러면서도 근래 들어 가장 큰 은행 파산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 확실히 알 수 없다며 "불안한 순간이지만, 정부가 관리할 수 있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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