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SVB 파산 단기 충격 불가피…코스닥 변동성 주의"
"코스피보다 코스닥이 더 영향…재무악화 성장주 더 취약"
(서울=연합뉴스) 증권팀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13일 개장한 국내 증시는 큰 충격 없이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58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64% 떨어진 2,379.37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776.76으로 1.50% 하락해 상대적으로 낙폭이 크다.
지난 10일 실리콘밸리은행, 이날 뉴욕주 소재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시장은 예상보다 덤덤한 흐름을 보이는 양상이다.
아시아 시장 개장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실리콘밸리은행에 고객이 맡긴 돈을 전액 보증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에 자금을 대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재무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2일(현지시간) "우리는 (미국의) 은행 체계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강화해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결정적인 행동에 나선다"며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경민 대신증권[003540] 투자전략팀장은 "정부와 연준이 빠른 속도로 대응에 나서고 있어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에 따른 단기 충격이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재원 키움증권[039490] 연구원도 "미국 정부의 조치로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이 금융시장 전반의 시스템 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정명지 삼성증권[016360] 투자정보팀장은 "이번 사태가 시스템 위기로 전환하지 않으면 오히려 미 연준의 긴축 행보에 제동하는 계기가 될 거라는 기대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 "2008년과 닮아…단기 충격·변동성 확대 불가피"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한 단기 충격과 변동성 확대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며 당분간 긴장감을 갖고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렬 교보증권[030610] 리서치센터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물가가 높아 금리를 올리자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금융기관이 부실해지면서 위기가 왔다"며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금리를 올려 가계와 기업이 고금리에 취약한지 테스트받고 있으며 신성장산업 쪽은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연초 이후 양호한 증시 속에 유지돼온 낮은 시장 변동성은 이번 사태 발생 이후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지난 9일 3.50포인트 올라 작년 8월 이후로 가장 높은 일간 상승 폭을 기록했으며, 10일에도 2.19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면서 "아직 변동성 지수의 절대 수준 자체는 대표적인 위기 구간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다가 급속한 상승세로 돌아 파산 사태 여파에 대한 경계감을 높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과잉 긴축으로 인한 문제점이 불거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당분간 불안심리가 높아질 수 있으며 유동성이나 규제를 다시 완화해주면 물가 부담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며 "당분간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연초 이후 국내 주식을 사들여온 외국인 투자자들도 최근 들어 매도 우위로 돌아서 수급 악화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외국인은 지난 9일부터 사흘 연속 매도 우위를 보이면서 1조3천억원 넘게 순매도 중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시장은 소폭 올랐다가 다시 내려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외국인도 다시 주식을 팔고 있다"며 "정부가 고객에 대한 지급 보증을 해준다고 해도 사태 영향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코스닥·성장주 주의보…"재무구조 악화 기업 취약"
시장에선 주로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지원해온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 여파로 국내 증시에서도 코스닥시장 위험이 코스피보다 커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리콘밸리은행의 주 고객이 테크, 바이오, 생명공학, 플랫폼 등 성장 기업들인데, 이들 기업은 특히 금리 인상기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코스닥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6일 816.51까지 올랐다가 최근 닷새 연속 약세를 보이면서 770대로 내려갔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006800]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연결돼 경기침체로 가는 길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기간에 끝날 문제는 아니다"라며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성이 전환하기 전까지는 증시 변동성이 커져 지수 하방이 열릴 가능성이 있고 코스피보다 코스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민 팀장은 "성장성을 높게 평가받은 기업 중에 부채비율이 높거나 재무구조가 약한 기업은 심리적으로 압박감이 클 것"이라며 코스닥 기업이 취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명지 팀장도 "미래 성장성은 있지만 당장 현금을 창출할 수 없는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코스닥 안에서도 현금 창출 능력이 떨어지거나 유형자산이 없고 인력과 연구·개발(R&D)만으로 경영하는 기업은 자금 조달에 애를 먹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선희 배영경 채새롬 송은경 홍유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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