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스캔들' 국제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 해임
ITUC, 카타르 유럽의회 뇌물수사에 불신임 결정
이탈리아 출신…"카타르 실제 영향력 행사 미확인"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이 카타르의 유럽의회 뇌물 스캔들에 연루된 루카 비센티니 ITUC 사무총장을 해임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ITUC는 전날 성명에서 "회의를 통해 비센티니가 사무총장으로서 더 이상 신임을 받을 수 없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출신인 비센티니는 지난해 11월 사무총장에 선출됐으나 벨기에 검찰이 밝혀낸 유럽의회 뇌물수수 스캔들 이후 임기 한달이 채 안 돼 정직된 바 있다. 그는 벨기에 경찰의 급습 첫날 체포됐다가 기소 없이 풀려났다.
고노 아키코 ITUC 위원장은 지난 수개월간 뇌물 스캔들이 ITUC의 명예를 크게실추했다면서 이 같은 사건의 재발을 위해 새롭고 강한 규칙과 절차를 만들 것을 약속했다. 이어 "우리는 어떤 형태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로부터 ITUC를 보호할 것 "이라고 말했다.
ITUC는 후임 사무총장 인선을 실현할 수 있는 대로 최대한 빨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센티니는 ITUC의 해임 결정에 심히 유감이라면서 자신은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난 기부금을 받았을 때 어떤 식으로든 뇌물로 받지 않았다"며 "나 자신을 위해 돈을 보관하지 않았고고 노조 운동 처분에 맡겼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우파노총(UIL) 출신인 비센티니는 2011∼2022년 유럽노총(ETUC)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발표한 성명에서 비센티니는 자신이 브뤼셀의 비정부기구(NGO)인 '파이트 임퓨니티'로부터 5만유로(약 7천만원) 이하의 돈을 기부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파이트 임퓨니티는 뇌물 스캔들의 주요 용의자로 이탈리아 출신인 피에르 안토니오 판체리 전 유럽의회 의원이 설립한 단체다.
비센티니는 문제의 기부와 관련, 자신의 ITUC 사무총장 선거운동의 비용 일부를 변제해주기 위한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부패 미수 행위에 연루되지 않았고 카타르에 관한 내 입장에 영향을 주려는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 성명 후 한달 만에 판체리 전 의원은 검사들과 감형을 조건으로 수사 협조를 약속했다. 판체리는 카타르와 모로코가 유럽의회의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현금을 지불했다는 것으로 알려진 부패 네트워크 관련 정보를 주기로 했다.
카타르는 2022 월드컵 관련 노동 착취와 부패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모로코도 유럽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양국은 의혹을 전면 부인한다.
2006년 출범한 ITUC에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전 세계 163개국 332개 노총이 참여하고 있다. 약 2억 명의 조합원을 대표하는 ITUC는 특별위원회 조사 결과, 카타르나 모로코가 ITUC 정책이나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없다면서 비센티니 전 사무총장 개인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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