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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36시간 초고속 붕괴', 스마트폰탓…"하루새 56조원 뱅크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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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36시간 초고속 붕괴', 스마트폰탓…"하루새 56조원 뱅크런"
WSJ "SNS 뉴스 확산에 겁먹은 고객들, 스마트폰 뱅킹앱 열고 예금인출"
"2008년 금융위기만큼 심각한 상황 아니었는데 빛의 속도로 몰락"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자금 위기가 부상한지 이틀도 안 돼 초고속으로 파산한 배경엔 스마트폰으로 예금 인출이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가능해진 시대상황이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스마트폰 뱅크런으로 비운을 맞은 SVB'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은행의 주(主) 고객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사업가들이 거래 은행의 위기 소식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스마트폰으로 예금을 대거 인출한 현상에 주목했다.
기사에 소개된 보험 스타트업 '커버리지 캣'의 설립자 맥스 조는 지난 9일 몬태나주 빅스카이에서 열린 창업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공항에서 내려 버스에 올랐을 때 동료 창업자들이 모두 미친 듯이 스마트폰을 두드리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한다. 모두 SVB 은행에서 회사 자금을 빼내려는 것이었다. 그는 "뱅크런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 역시 동료들을 따라 SVB 뱅킹 앱에 로그인해 회사 잔고의 대부분을 다른 계좌로 이체하려 했지만, 이미 돈이 묶여 있는 상태여서 이체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예금주들은 당일 금융기관이 문을 닫는 시간까지 420억 달러(약 55조6천억원)를 인출하려 시도했다고 WSJ은 전했다.
이어 바로 다음 날인 10일 오전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1983년 문을 연 SVB와 그 모기업인 SVB 파이낸셜 그룹이 스타트업 업계의 주요 금융기관으로 우뚝 서기까지는 40여년이 걸렸지만, 붕괴하는 데는 단 36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WSJ은 짚었다.

파산 전날 SVB는 최근 예금이 줄어든 탓에 대부분 미 국채로 구성된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매도할 의도로 매수한 채권과 주식)을 어쩔 수 없이 매각, 18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는데, 이것이 뱅크런의 도화선이 됐다.
2008년 금융위기의 경우 은행들이 파생상품 등 위험 자산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파산했던 것과 달리 이번 SVB 사태는 금융기관의 핵심 자본인 보유 예금과 자산의 가치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괴리된 데 따른 것으로, 실질적으로 2008년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회사 측의 발표 직후인 지난 9일 증시에서 SVB 주가가 폭락했고, 특히 미 서부 시간으로 오전 10시 30분께 스타트업에서 많이 쓰는 사무용 메신저 슬랙에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뱅크런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WSJ은 이처럼 금융위기 당시에는 고려할 요소가 아니었던 소셜미디어상의 뉴스 확산과 스타트업 경영자들의 발작적인 반응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소셜미디어에서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소식이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확산했고, 겁에 질린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해 자신의 스마트폰 뱅킹 앱을 열고 숫자를 몇 번 두드리는 것만으로 뱅크런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SVB의 악재는 최근 가상화폐 거래은행 실버게이트 청산 등 실리콘밸리에 불어닥친 흉흉한 소식들과 맞물려 이 지역에서 더 발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고 WSJ은 덧붙였다.

벤처회사 코어이노베이션캐피털의 파트너 캐슬린 유테크트는 "다른 은행에 계좌가 없는 기업들은 최고경영자의 개인 계좌로 돈을 보내거나 자문하는 로펌의 은행 계좌로 돈을 보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스타트업 엔도르 랩스의 최고경영자 버룬 바드와르는 "이것이 과잉반응처럼 보이긴 하지만, 수익성이 나지 않는 스타트업들은 회사 운영을 이 예치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mi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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