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공정성 논란에 스포츠 프로 파행…존슨 도운 회장으로 불똥
스타 진행자 리네커, 난민정책 비판…BBC, 소셜미디어 합의까지 출연정지
다른 방송인들 동조에 이틀째 차질…샤프 회장 사임압박 커질까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BBC가 정부 난민 정책을 비판한 스포츠 프로그램 스타 진행자 게리 리네커를 출연 정지시키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BBC는 리네커의 소셜미디어 활동이 회사 지침에 위배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11일(현지시간) 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하이라이트 중계 프로그램인 '매치 오브 더 데이' 진행을 못 하게 했다.
리네커가 지난주 소셜미디어에서 정부의 난민 정책을 비판하면서 1930년대 나치 언어와 비슷하다고 표현한 것을 두고 공영방송 BBC의 공정성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조치다.
'매치 오브 더 데이'는 최고 인기 스포츠 프로그램으로, 잉글랜드 축구 간판선수였던 리네커는 1999년부터 진행을 맡았다.
BBC는 소셜 미디어 활동 관련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리네커 출연을 정지한다고 방송 전날 전격 발표했다.
그러자 다른 스포츠 전문가들도 잇따라 방송 참여를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결국 전날 '매치 오브 더 데이'가 처음으로 출연진 없이 단축 방송됐고 12일 다른 스포츠 프로그램들도 전문가 분석 없이 나가거나 녹화로 진행됐다.
다만 전날 '매치 오브 더 데이' 시청자는 258만명으로 전주보다 약 50만명 늘었다.
팀 데이비 BBC 사장은 방송 차질에 사과했지만,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압박에는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며 버텼다.
집권 보수당 정치인들은 리네커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BBC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일각에선 하차를 요구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선 리네커가 BBC 정식 직원이나 뉴스·정치 프로그램 진행자가 아니라는 점을 짚었다.
마크 톰슨 전 BBC 사장은 리네커가 기술적으로 공정성 규칙을 어겼지만, 스포츠 프로그램에는 회색 영역이 있다고 말했다.
전날 축구 경기장 관중석에는 리네커 지지 문구가 등장했고 1930년대 나치를 피해 온 유대인 난민의 딸이 그에게 감사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논란이 가열되며 총리를 포함해 정치인들도 말을 보태고 있다.
제러미 헌트 재무 장관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리네커의 발언을 비판하고, BBC의 공정성과 독립성 평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리시 수낵 총리는 사태가 적절한 시기에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하면서 이는 정부가 아니라 BBC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노동당은 BBC가 보수당 의원들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비판하며 정부와 BBC간 접촉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리처드 샤프 BBC 회장의 거취가 도마 위에 오르고 비판적 여론이 확대되고 있다.
샤프 회장은 임명 전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대출을 도와준 일로 최근 사임 압박을 받았으며, BBC 안팎에서 관련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더 타임스는 샤프 회장과 리네커를 다르게 대하는 것은 이중잣대라는 의혹이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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