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는 일본은행 총재 "금융완화 성공…물가 2% 미달성 유감"
'디플레 탈피 금융완화 앞장' 구로다, 10년 재임 후 내달 퇴임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내달 퇴임하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10일 재임 10년 동안 시행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에 대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구로다 총재는 이날 마지막으로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주재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용 증가와 디플레이션이 아닌 상황을 거론하면 이같이 밝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2차 아베 신조 정권이 출범한 직후인 2013년 3월 취임한 구로다 총재는 역대 최장인 10년간 재임하면서 금융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을 지속해 추진하며 아베 전 총리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뒷받침했다.
구로다 총재는 대규모 금융완화로 디플레이션 탈피에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으나 금융완화 정책의 장기화로 4%에 달하는 고물가 대응과 일본은행의 국채 과도 보유 등 부작용도 두드러졌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았다.
구로다 총재는 회견에서 지난 10년간 시행한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과 관련해 "경제와 물가 상승에 효과를 발휘했다"며 "여성과 고령자 중심으로 고용이 400만 명 증가하고 임금 인상도 부활했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완화로 디플레이션이 아닌 상황이 됐다고 거론하며 "금융완화는 효과가 부작용보다 훨씬 커서 성공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다만 "2% 물가 안정 목표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실현에는 이르지 못한 점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완화를 계속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임금 상승을 수반하는 형태로 물가 안정 목표를 지속적, 안정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구로다 총재는 거품 경제 붕괴 이후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하기 위해 물가 상승률 2% 목표를 내걸고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추진했다.
금융 완화와 엔화 약세를 통해 기업의 실적 개선을 꾀하고 이것이 임금 인상과 소비 확대로 이어져 물가가 상승하는 선순환을 기대한 것이다.
일본의 작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소비세 증세 영향을 제외하면 1991년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는 에너지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지속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일본은행은 소비자물가가 작년 12월과 올해 1월 2개월 연속 4%대를 기록했지만, 올해 중반에는 물가 상승 폭이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구로다 총재 후임으로 다음 달 취임하는 우에다 가즈오 신임 총재는 당분간 금융완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고물가와 장기금리 왜곡 등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서서히 출구 전략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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