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시한폭탄 막아라'…유엔, 예멘 폐유조선 해결에 '첫발'
선박 구입해 '세이퍼호' 원유 100만 배럴 옮겨 싣기로
폐유조선 손상으로 원유 누출 시 주변 환경 초토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7년째 예멘 앞바다에서 '환경 시한폭탄' 노릇을 해온 폐유조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엔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아힘 슈타이너 유엔개발계획(UNDP) 사무총장은 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예멘 근해에 방치된 초대형 유조선 '세이퍼호'에 실린 원유 100만 배럴을 옮겨 싣기 위한 용도로 대형 선박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UNDP는 이 대형 유조선을 유럽 주요 유조선사인 유로나브에서 구입했으며, 이 배가 현재 중국에서 진행 중인 정비 작업을 거쳐 5월 초 예멘 근해에 도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슈타이너 사무총장은 이번 선박의 구입을 '커다란 돌파구'라고 평가하며 "(세이퍼호에 실린) 원유를 안전하게 제거하고, 환경 재앙과 인도적 재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계획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예멘 호데이다 항구에서 7㎞ 떨어진 홍해에 1988년부터 정박해 온 선체 376m의 세이퍼호는 예멘 국영 석유공사가 소유한 엔진이 장착되지 않은 초대형 유조선이다. 해상 저유 시설로 사용되다가 2015년 예멘 내전 본격화 뒤 예멘의 후티 반군이 호데이다 항구를 장악하면서 유지·보수 작업 없이 방치됐다.
유엔은 노후화된 세이퍼호의 파손이나 폭발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이 경우 선박에 저장된 막대한 양의 원유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 치명적인 해양 오염을 유발하고, 어업에 종사하는 어민 20만명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은 물론 역내 거주하는 주민 200만명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유엔은 세이퍼호에 실린 원유를 제거하는 작업에 1억2천900만 달러(약 1천700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이 가운데 7천500만 달러(약 990억원)는 이미 국제사회의 기부가 이뤄졌고, 2천만 달러(약 270억원)는 약정을 받은 상황이라고 UNDP는 설명했다.
슈타이너 사무총장은 "(세이퍼호의 원유 제거는) 까다로운 작업이며, 일이 잘못될 수도 있다. 충분한 기금을 모으지 못할 경우 작업이 중단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손을 잡은 예멘 정부군과 이란이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9년째 내전을 벌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민간인 1만4천500명을 포함해 최소 15만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그레슬리 유엔 예멘 조정관은 세이퍼호에 실린 원유의 소유권을 놓고 양측이 분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원유를 제거하는 작업이 더욱 복잡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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