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연구자 주도로 '진짜 난제' 푼다…"핵심은 스케일 업"(종합)
책임PM에 전권 주는 '다르파' R&D 도입…'한계도전 R&D 프로젝트' 명명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최고 수준 연구자가 국가적 난제 해결을 위한 도전 과제를 직접 선정하고, 이를 해결할 연구개발(R&D) 과정 전반을 총괄하는 '한계도전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인터넷, 음성 인식 기술 등 첨단 기술의 산실로 꼽히는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다르파·DARPA)의 R&D 방식을 제대로 도입, 적용한다는 게 이 프로젝트의 취지다. 이에 따라 기존에 다르파를 표방했던 R&D 사업과 차별성을 띨지 주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회관에서 '한계도전 R&D 프로젝트 킥오프'를 열고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도전적 기술 개발을 유연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책임 PM(Program Manager) 중심의 연구개발 체계를 정착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국내에서 PM은 보통 연구 기획을 담당하지만, 이 프로젝트에서는 기획과 선정, 평가, 성과 관리 등 연구개발 전 주기에 걸쳐 권한과 책임을 진다고 과기정통부는 설명했다.
이는 외부 전문가에게 PM을 맡겨 연구개발 전권을 부여하는 다르파와 유사한 형태다. 다르파에서 PM은 연구를 가장 잘 수행할 기관에 연구를 위탁하고 연구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프로젝트는 최고 수준의 연구자를 책임 PM으로 선정해 자문기구격인 '한계도전 R&D 위원회'와 기술적 난제 해결을 위한 도전적 문제를 결정한다.
책임 PM은 프로젝트 전반을 담당하며 연구자 선정과 평가를 담당하고, 연구방향 수정도 유연하게 진행할 수 있다.
프로젝트 지원을 위해 한국연구재단에 '한계도전 전략센터'를 설치하고, 훈령 제정과 매뉴얼 마련 등 지원책도 추진한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은 전날 세종 과기정통부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종전에는 성공하는 연구만 많고 나눠주기식 연구를 진행한다는 우려가 있는 가운데 실패 가능성이 커도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며 "R&D 100조원 시대에 맞는 과감하고 혁신적 R&D 체제로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존에도 다르파를 모방해 도전적 과제를 제시하고 PM에게 권한을 상당 부분 부여하는 과기정통부의 '혁신도전 프로젝트', 산업부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등이 난립했는데, 이와 차별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구 정책관은 "기존에는 문제 정의부터 동료 평가 방식의 전문가 위원회 중심으로 운영돼 독창적 연구를 제한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전문가 집단의 전문성을 신뢰해 맡기고 중심이 되서 과제를 주도적으로 수행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40억 원 규모 시범과제를 통해 책임 PM 3명으로 우선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내년부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선 이정동 서울대학교 교수가 '기술 혁신을 이끄는 문제출제의 힘'을 주제로 강연했고 참석자들의 토론도 이어졌다.
이 교수는 "기술 탄생 과정을 보면 최초의 질문을 던지고 끊임없이 다듬어나가가는 스케일업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며 이번 프로젝트도 처음에는 작은 질문을 해결하고 점차 규모를 키워나가는 과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애플의 음성비서 서비스 '시리'의 경우에도 미국 국방부의 '간단한 문서 정리 기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질문을 시작으로 점차 커졌다고 소개하며 "세금을 낸 사람에게 먼저 기여하기 위해 공공 문제를 출제하고 문제를 스케일업 해 가며 풀고 나면 기업이 가져가서 혜택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엔 국가가 문제를 물었다면 이제는 던져야 한다"며 "다르파의 가장 큰 힘도 문제를 던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 참여자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앞서 진행됐던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스케일업'을 거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혁신도전 프로젝트에 PM으로 참여중인 오상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방역로봇사업단장은 "기존 프로그램에서는 PM의 권한을 강화해주는 것에 법과 제도적 제약이 있어 어려웠던 것 같다"며 "기존 프로젝트가 어떤 면에서 당초 취지를 살리기 어려웠는지를 보고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대형 예타사업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연구개발이 큰 항공모함이라고 한다면, 국가적 난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기민하게 움직이는 특공대와 같은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며 "한계도전 R&D 프로젝트가 특공대와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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