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 상온 초전도 물질 개발…초전도시대 현실화"
전기 손실 없는 전력선·토카막 핵융합 등 에너지 혁신 기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 로체스터대학 연구진이 일상 생활에서 실용화할 수 있을 만큼 상온과 낮은 압력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일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전기 저항이 0이 되고 자기장을 밀어내는 반자성(反磁性)을 갖는 초전도 물질은 손실 없이 전력을 완벽하게 전달하고 자기장을 이용한 핵융합 발전을 가능하게 해 에너지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꿈의 물질로 100년 이상 연구돼왔다. 하지만 같은 연구팀에서 내놓은 초전도체 연구 결과가 논란 끝에 철회된 적이 있어 신중한 반응도 없지 않다.
미국 로체스터대학과 외신 등에 따르면 이 대학 기계공학·물리학 조교수 란가 디아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20.5℃와 10 kb(킬로바·1kb= 14,500 psi)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질소 주입 루테튬 수소화물'(NDLH)에 관한 논문을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해수면의 압력이 15 psi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반도체 칩 제조에 이용되는 변형공학 기술 관점에서는 그리 높은 것이 아니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디아스 박사 연구팀은 앞서 '탄소질 황 수소화물'과 '이트륨 슈퍼수소화물'이라는 초전도체를 개발한 결과를 네이처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각각 발표한 바 있다.
탄소질 황 수소화물은 14.4℃와 3천900만 psi에서, 이트륨 슈퍼수소화물은 -11.1℃와 2천600만 psi에서 각각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말에 발표된 네이처 발표 논문은 과학적 접근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편집진이 철회 결정을 내렸다.
연구팀은 다른 과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르곤 국립연구소 등 다른 실험실에서 초전도 전환 실험을 해 얻은 새로운 자료로 철회된 논문을 검증해 다시 제출했으며, NDLH 결과도 논란이 되풀이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같은 절차를 밟았다.
연구팀은 희토류 원소 중 하나인 루테튬(Lu)에 수소를 결합한 뒤 소량의 질소를 혼합해 2∼3일 간 200℃ 고온처리를 했다. 이 물질은 짙은 청색을 띠지만 '다이아몬드 모루 세포'(diamond-anvil cell)에서 높은 압력을 가하면 초전도체가 되며 분홍색을 띠고 비초전도 금속 상태에서는 진홍색을 보인다.
NDLH가 초전도체가 되려면 20.5℃의 온도와 14만5천 psi의 압력이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어떤 초전도체보다도 실용 온도와 압력에 다가서 있다.
연구팀은 초전도체로 전력망을 구축하면 전기저항이 사라져 최대 2억 메가와트시(MWh)에 달하는 전력 손실을 없앨 수 있으며, 마찰이 없는 부상 고속 열차와 자기공명영상(MRI)과 같은 의료영상장치 등의 혁신을 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함께 각종 전자제품은 더 빠르고 효율적이 되며, 자기장을 이용해 플라스마를 가둬 핵융합을 달성하는 '토카막'(tokamak) 기계 개발도 가속할 것이라고 했다.
디아스 조교수는 "초전도 가전과 전력선, 교통, 핵융합 등으로 가는 길이 이제 현실이 됐다"면서 "우리는 현재 현대적 초전도 시대에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특히 상온에서 거대한 자기장을 생성하는 NDLH가 핵융합 토카막 기계 개발을 크게 가속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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