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美반도체 지원기준'에 "우려 있다…상당한 문제될수도"
통상본부장 급거 방미…"백악관·행정부·의회에 전방위 메시지 전달"
"과도한 정보요청·中사업 제한·초과이익 공유 등에 안전장치 만들 것"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상 보조금 지급 기준과 관련, "우리 산업계의 특수한 상황도 많아서 그런 것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을 방문한 안 본부장은 이날 워싱턴 DC 인근 덜레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미 목적에 대해 "한미 양국 정부와 산업계가 그동안 반도체 공급망을 같이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이번 지원 기준으로)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부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을 묻는 말에 "언론에서도 나오고 있지만 과도한 정보를 요청한다거나, 중국 비즈니스와 관련해서 제한을 많이 건다거나 이게 워낙 변동성이 큰 산업인데 초과 이득 이런 부분들도 어떤 식으로 시행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합리적으로 하려고 할 것"이라면서 "최대한 사업 상황을 설명하고 실제로 (한국 기업과) 협의하는 단계에 있어서 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도록 최대한 안전장치를 만들어보려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방미 전 비공개로 면담한 한국 업체들이 집중적으로 제기한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회사마다 입장이 조금 다르기도 하고 약간 영업 기밀에 관련된 내용이라서 제가 어느 것이라고 말씀하기 어렵다"면서 "저희가 지난주부터 (한국 업체들과) 협의해오고 있는데 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입장 정리를 한 내용을 갖고 미국 상무부와 협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미 기간 협의 계획에 대해 "행정부 고위 담당자, 백악관, 의회 등을 만나서 이쪽 업계 상황이 어떤지 확인하고 전방위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 본부장은 협의 전망에 대해 "지금 보면 (미국 정부의) 재량 여지가 좀 많은 부분도 있고 미국 언론에서는 이게 (우리) 생각보다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얘기도 좀 있는데 실제 그런지 확인해보겠다"면서 "우리 기업들이 실제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대해서 우리가 최대한 여지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10년간 중국 내 반도체 설비 투자를 제한하는 이른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과 관련, "이게 조금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데 구체적인 것은 나와봐야 아는 단계"라고 답했다.
안 본부장은 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차별 문제가 내달 한미 정상회담 전에 진전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는 "계속 지금 협의하는 상황"이라면서 "최대한 협의를 할 수 있는 부분은 협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각에서 반도체지원법이 '제2의 IRA'라는 지적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도체법이) 우리 기업에 대해서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고 사실 미국 기업들도 똑같은 제한을 받기 때문에 좀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게 좀 과도하게 투자 정책에 안 좋은 선례를 남기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협의를 하겠다"면서 "그래서 양국이 반도체뿐 아니라 중요한 첨단 산업의 공급망 구축을 같이하는 상황에 큰 장애가 되지 않도록 이번에 문제를 잘 해결하도록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그는 한국산 철강제품의 대미수출에 제한을 두는 이른바 철강 232조 문제도 협의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한 뒤 "지금 얘기할 것이 많고 그래서 사실 제 보따리가 상당히 무겁다"고 답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8일 미국 내 반도체 설비 투자에 대해 527억달러(약 69조원)의 재정 지원과 25%의 투자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반도체지원법상 보조금 세부 지급 기준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내 업계에서는 초과 이익분 공유, 중국 내 설비 투자 제한, 미국 정부의 연구개발(R&D) 이니셔티브 참여 등에 따른 기술 유출 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solec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