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이 월례비 지급 강요" 증언…원희룡 "원청사, 정신차리라"
"원청 책임도 못 하면서 무슨 ESG 경영인가" 질타
전문건설협회, 회원사 모아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증언 대회'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을 추진하는 정부가 대기업 건설사 등 원청업체의 책임 강화를 잇달아 강조하고 나서 주목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원청업체를 향해 "정신 차려야 한다"며 "하청업체에 힘든 것은 다 떠넘기고 무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냐"고 질타했다.
원 장관은 8일 오전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전문건설협회가 연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실태 고발 증언대회'에 참석해 "주가 올리기 위한 ESG, 오너들의 사회적 명예를 올리기 위한 ESG는 물론 해야 하지만, 하기 전에 생산성을 직접 책임지는 전문건설인과 근로자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나서기 전에 원청부터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하며, 앞으로 (정부 정책도) 그런 방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대신 전문건설업체들이 페이퍼컴퍼니와 벌떼 입찰을 없애달라고 당부하며 앞으로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없애고 공사대금의 직접 지급 제도를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주로 건설 하도급업체로 이뤄진 전문건설협회 회장단과 철근·콘크리트연합회 회원사 5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장에는 '타워크레인 월례비 거부하자', '가짜 근로자 퇴출하자'는 대형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이날 피해 증언에 나선 철근·콘크리트 업체 대표도 발주자와 원청사가 건설현장 불법행위에 적극 나설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건설노조가 조합원 채용을 강요할 때 하도급 업체보다는 거꾸로 원도급사를 찾아가 하도급사가 조합원을 쓰도록 압박하고, 강요한다는 것이다.
그는 "타워크레인은 원도급사 지급 장비이고, 여기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은 원도급사와 임대사업자 간 해결할 문제임에도 OT 비용이나 월례비를 하도급사가 지급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세종·충청지역의 한 건설사 대표는 "타워크레인 월례비 지급 중단으로 인한 건설노조의 준법운행·태업으로 기존 작업량의 50%에도 이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공기 지연과 경영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호남·제주지역 대표는 최근 광주고법이 관행적 월례비는 임금 성격이라고 보고, 건설사가 낸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에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손을 들어준 데 대해 상고심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법원에서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국토부 장관이 국토부의 제3자 의견을 대법원에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원 장관은 타워크레인 준법투쟁과 태업에 대해 "당장 어려움이 있겠지만 조금만 버텨주면 2교대를 돌리거나 원청사 직고용, 또는 안전 수칙 개정을 하겠다"며 "생산성을 올리면 정당하게 대우하는 방향으로 건설 현장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가짜 노조의 실태를 다 파악해 진정으로 노동조합법에서 보호해야 할 노조와 퇴출해야 할 노조를 싹 정리하겠다"고 했다.
이전 정부에 대해선 "그동안 국가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원 장관은 "전정한 근로자들이 일방적으로 당할 때 보호해주지 못하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요령껏 살라며 종용했던 정부 부처를 대신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증언대회가 열린 전문건설회관 앞에선 건설노조가 원 장관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건설노조는 "정부와 자본은 건설노조를 건설현장에서 모든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범죄자로 낙인찍는 낡은 행태를 벗어나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야 한다"며 "점점 더 자신의 아집과 편견에 빠지는 원희룡 장관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용직, 특수고용직 건설노동자들이 수많은 탄압과 고난을 거쳐 건설노조를 만들고, 자신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싸웠던 이유를 생각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cho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