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위안부 피해 배상 촉진해야…日, 더 많은 지불 필요"
"과거 '위안부 합의' 수십명 수용했지만 화해치유재단 해산" 지적
美싱크탱크 평화연구소, 지속가능한 화해 강조…평화박물관 건립 제언도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한국 정부가 제시한 일제 강제징용 문제 해법을 두고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한일 양국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해결에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조야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8일 미 의회가 설립한 싱크탱크 미국평화연구소(USIP)가 최근 펴낸 보고서를 보면 USIP는 "일본과 한국은 커져가는 (일본의) 역사적 만행의 부채 문제를 풀어야만 한다"며 "지속가능한 화해를 이루기 위해 비상한 배상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USIP는 군 위안부·강제징용 사안과 관련해 2006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6년간 한국 청와대(대통령실)와 외교부가 발표한 186건의 성명·브리핑, 그리고 일본 정부가 내놓은 52건의 발표 문건을 전수 분석했다.
USIP는 "일본의 극우 수정주의자들에도 불구하고, 양국 지도자들은 '원죄'를 규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국 내에서 정치적 대가를 감내해왔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런 모든 화해 노력은 과정이나 내용에서, 혹은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는 측면에서 근본적인 결함이 있었다"며 "많은 한국인은 일본이 식민지 시절 이뤄진 일들에 대해 충분히 속죄하지 않았다고 느낀 반면, 일부 일본인들은 숱한 사과에도 불구하고 관계 개선이 지속되지 않는 데 따른 '사죄 피로'를 겪었다"고 지적했다.
USIP는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일본은 이전 합의들에서 공식적인 사과 서한, 의료·복지 지원과 배상 등을 제안했지만, 계속해서 더 많이 지불해야만 한다"며 일본의 지속적인 노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은 위안부 피해자 11명을 협상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이 그 시작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피해자 47명 중 36명이 합의안 수용 의사를 밝혔으나, 11명은 거부했던 바 있다.
USIP는 협상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일부 피해자의 결정이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한국 정부와 국민은 배상금을 받으려는 (또다른 피해자들의) 의사를 꺾지 말고 배상 수용을 촉진해야 한다"며 "과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겠다'는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겠다는 수십 명의 피해자가 있었음에도 합의문에 따라 설립된 기금을 폐쇄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화해·치유재단이 해산된 일을 가리키는 언급으로 보인다.
군 위안부 강제연행을 인정하고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 고노(河野) 담화 발표에 따른 후속조치로 1995년 발족한 아시아여성기금의 실패 사례도 거론됐다.
USIP는 "당시 민간단체가 청구인들에게 '일본 자금을 받지 말라'고 압력을 가해 피해자들이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단체가 실제 피해자들을 대신해 발언하거나 합의를 수락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USIP는 "한일 정부와 국민들은 추모와 교육을 통해 역사와 함께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과거 위안부 합의 전후 불거졌던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이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거론했다.
USIP는 "한국의 식민지 피해자들을 기리는 조각상들이 적대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며 한국 정부의 참여로 한국인들의 강제징용을 인정하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로비'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두 곳에 성공적으로 세워졌다고 지적했다.
USIP는 과거사와 관련한 부정확한 정보와 교육 부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평화 박물관' 건설을 제안하며 "긍정적인 한일간 서사를 만드는 생산적인 접근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위안부나 강제징용 사안의 최종 합의에 어떤 언어가 쓰여야 할지를 가늠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라면서도 "무엇이 '적절한 사과'를 구성할지는 비공개 협상 공간에서, 피해자들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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