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 '잠룡' 부티지지, 날개인 줄 알았던 교통장관직에 '발목'
공화당, 항공대란 책임론에 이어 철도 탈선사고 대응 비판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민주당의 대선 '잠룡' 중 한 명인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이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오히려 코너에 몰린 형국이라고 정치매체 더힐이 5일(현지시간) 평가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초 미국 정치권에서는 부티지지가 교통장관에 임명되면서'교통장관'이라는 자리가 2024년 또는 2028년 대선 출마를 준비하는 데 크게 도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직무 특성상 전국 교통시설을 돌아다니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기 좋은데다 기반시설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인프라법 통과 덕분에 여러 지역에 '선심'을 베풀 위치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11월 중간선거 때는 민주당 후보들이 낮은 지지율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나 존재감이 약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보다 부티지지 장관의 지원 사격을 받기를 더 원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이 급격히 달라졌다.
작년 연말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무더기 결항으로 미국인 수천 명이 공항에 발이 묶이자 일부 비난 여론이 주무 부처 장관인 부티지지를 향했다.
항공대란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 가운데 지난 1월 11일에는 교통부 관할인 연방항공청(FAA)의 전산 체계에 문제가 생겨 약 90분 동안 미국 전역에서 항공기 이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달 3일에는 오하이오주 이스트팔레스타인에서 화학물질을 실은 열차가 탈선해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는데 부티지지 장관은 20일이 지난 2월 23일에야 현장을 방문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미 현장을 찾아 주민들에게 "당신들은 배신당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을 비난한 뒤였다.
공화당은 기회가 될 때마다 부티지지를 저격하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 의원은 열차 탈선 사고 대응을 문제 삼으며 장관직 사퇴를 요구했고, 밋 롬니 상원 의원은 인디애나주의 소도시 시장 출신인 부티지지에 대해 "장관직의 책임을 감당할 준비가 안 됐다"고 비판했다.
원래 미국에서 교통장관이 정치적으로 크게 논란이 되는 자리는 아니지만, 부티지지는 잠재적 대권주자인데다 공급망과 여행, 인플레이션 등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는 현안을 담당하고 있어 주목을 받는다고 더힐은 분석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부티지지가 교통장관직을 큰 위험이 없는 자리로 생각해 맡은 것 같은데, 이 자리가 얼마나 정치적이고 욕먹는 자리가 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티지지 장관도 공화당의 공세에 반격하고 있다.
그는 이날 CNN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보수 성향 폭스뉴스 진행자들을 부유층 감세가 경제 정책 우선순위인 "동부 엘리트 평생회원"으로 칭하며 이들은 자신을 비판할 자격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트팔레스타인을 더 일찍 방문했어야 했다면서도 이 사고가 이토록 큰 정치 쟁점이 될지, 또 과거 행정부에서 정치와 거리가 멀었던 교통장관직이 이렇게 주목을 받을지 몰랐다고 토로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고 현장 방문에 대해 "철도 안전 규정뿐 아니라 철도 회사의 책임 회피를 가장 잘 막을 수 있는 환경보호청(EPA)을 없애려고 한 사람이 선거운동 하듯이 나타나 생수를 나눠주는 것을 보는 게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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