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개도국 부채 문제로 미국 겨냥…"美 급진적 재정정책 탓"
美, '무책임한 대출해온 중국이 해결책 모색엔 미온적' 비판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개발도상국 부채 문제의 근본적인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공격해 주목된다.
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중국 외교부의 마오닝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사실상 미국을 겨냥해 "특정 선진국의 급진적 재정 정책이 파키스탄 등 많은 개발도상국 재정난의 주된 원인"이라고 날을 세웠다.
미국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에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쓴 탓에 고(高)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초래됐는데 이를 잡기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를 올려 개도국의 부채 상환 비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마오 대변인의 이런 언급은 그동안 세계 최대 채권국인 중국이 무책임한 대출로 개도국의 부채 규모를 키웠으면서도 부채 문제 해결에는 미온적이라고 주장해온 미국을 겨냥한 것이었다.
실제 미중 양국은 최근 몇 년 새 개도국의 부채 문제로 갈등을 키워왔다.
앞서 지난 2020년 미국 주도의 주요 20개국(G20)은 빈국 채무 구조조정을 위한 '공동 프레임'에 합의했지만, 중국의 비협조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진 아프리카 잠비아의 국가부채 구조조정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잠비아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아프리카 국가 중 처음으로 국가 디폴트에 빠졌으며, 최대 170억 달러(약 20조9천억 원)에 달했던 대외부채의 3분의 1 이상을 중국 측에 빚진 나라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세계은행 등 다자개발은행들에 손실을 떠안으라고 요구한 데 대해 미국이 반대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1월 초 중국의 협상 참여 의지가 부족하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도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게 중국이 건설적 방식으로 부채가 많은 국가를 돕는 다자간 노력에 참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나, 행동은 정작 그렇지 않다.
특히 미국·프랑스·독일·한국·일본 등 22개국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이 스리랑카에 대한 부채 경감 노력에 동참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중국은 탐탁지 않아 한다.
작년 4월 대외 부채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스리랑카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9억 달러(약 3조6천500억원)의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는 예비 합의에 도달했으나, 채권단과의 채무 재조정에 합의해야 이 돈을 받을 수 있어 사정이 절박하다.
그런데도 스리랑카의 최대 채권국인 중국은 기존 채무를 신규 차관으로 변제하는 차환(借換)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스리랑카에 부채 경감 약속을 하게 되면 잠비아·에콰도르 등 다른 채무국들도 탕감 등 비슷한 조치를 해달라고 나설 것을 우려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에 따르면 작년 5월 현재 스리랑카의 외채 가운데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비율은 각각 10%와 15%인데 비해 중국은 20%에 달한다.
미국 등은 중국이 2012년 말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건설 차원에서 스리랑카 등 개도국에 자금을 퍼붓고, 현지 당국은 무분별한 사업 추진으로 부채 문제가 악화한 데 주목한다.
이런 갈등 속에서 지난달 25일 인도 남부 벵갈루루에서 폐막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개도국 채무 문제와 관련해 아무런 합의도 하지 못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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