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성 치매, 혈액표지로 진단 가능"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한 형태의 치매인 혈관성 치매는 혈액 표지인 태반 성장 인자(PlGF: placental growth factor)로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태반 성장 인자는 혈관을 생성하는 주요 인자 중 하나로 임신 중 태반에서 생산돼 태반 내 혈관 형성과 성장을 촉진한다. 태반 성장 인자는 출생 후에도 혈관 생성과 수리에 이용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 의대 신경과 전문의 제이슨 힌먼 박사 연구팀은 혈관성 치매 환자는 태반 성장 인자의 혈중 수치가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메디컬 뉴스 투데이가 1일 보도했다.
5개 대학 메디컬센터 연구 컨소시엄(MarkVCID)의 연구 대상자 335명(평균연령 72.2세, 여성 49.3%)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MarkVCID는 인지장애, 치매와 관련된 뇌 소혈관의 생물 표지를 찾아내는 연구를 2016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다.
뇌의 소혈관이 손상되면 우리 몸은 더 많은 소혈관을 만들려고 한다. 따라서 뇌혈관 손상으로 발생한 혈관성 치매 환자는 다른 사람보다 태반 성장 인자를 더 많이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 대상자들은 뇌 스캔, 인지기능 검사를 받았고 혈액 샘플이 채취됐다. 연구팀은 이 혈액 샘플을 이용, 혈중 태반 성장 인자 수치를 측정했다.
그 결과 태반 성장 인자 수치 상위 25% 그룹은 하위 25% 그룹보다 인지장애 또는 치매 위험이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태반 성장 인자 수치가 높을수록 인지 장애와 뇌의 소혈관 손상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태반 성장 인자는 뇌 백질 변성(white matter hyperintensities)과도 연관이 있었다.
뇌 백질 변성은 뇌경색 환자의 뇌 영상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이상 소견으로 뇌 용적이 줄어들고 특히 대뇌피질 위축이 동반된다.
태반 성장 인자는 단순히 혈액 샘플을 분석하면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뇌 스캔과 인지기능 검사 없이도 혈관성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혈관성 치매는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한 형태의 치매로 뇌졸중이나 기타 뇌혈관 손상에 의해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면서 발생한다.
혈관성 치매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매우 유사한 기억력 소실, 판단 장애, 감정 조절 장애, 언어 장애를 가져온다.
따라서 알츠하이머 치매와의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진단도 쉽지 않다. MRI나 CT로 뇌의 백질 변성, 뇌 위축(brain atrophy) 같은 핵심 변화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혈관성 치매의 일부 증상은 약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뇌 손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같은 다른 기저적 원인을 해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알츠하이머병 협회(Alzheimer's Association) 학술지 '알츠하이머병과 치매'(Alzheimer's & Dementia)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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