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해수속 삼중수소 분석에 빨라야 한 달…KINS 해수분석실 가보니
원안위, 40개 해수정점 분석해 삼중수소·세슘·스트론튬 농도 주기적 공개
(대전=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지난 27일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해양환경방사능 분석실.
벽면 한쪽에 가득 들어찬 용기 속 바닷물을 부글부글 끓여 농축시키는 과정에 연구원들이 몰두하고 있었다.
이곳은 우리나라 연근해 바다 곳곳에서 모아온 해수 속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해수를 1년 내내 농축해 분석하는 작업이 진행되는 장소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출입 기자단에게 이날 해수 분석 현장을 공개했다.
김대지 KINS 환경방사능평가실장은 기자들에게 "연근해 40개 조사정점을 주기적으로 KINS에서 분석해 원자력안전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 삼중수소와 세슘137 농도를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우려에 따라 국내 항만과 연안, 원근해 해수와 해양생물, 해저퇴적물에 대한 방사능 모니터링을 강화해 월 1~2회 실시 중이다.
원안위는 해안선 300㎞ 내 원근해 40개 지점에서, 해수부는 해안선 3㎞ 이내 항만과 연안 52개 지점에서 시료를 채취해 세슘137과 삼중수소, 스트론튬90 등 방사성 물질 농도를 점검하고 있다.
원안위가 점검하는 40개 지점은 표층 해수를 주로 확인하지만, 울릉도 동쪽 2개 지점과 제주 남쪽 4개 지점은 층별 해수까지 모두 채취해 방사능을 측정한다.
이중 주목받는 것은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로 국내 유입 우려가 제기됐던 삼중수소다.
삼중수소는 해수를 반복해 증류해 염소 이온을 모두 뺀 다음, 이를 전기분해용 농축장치에 넣고 22일간 농축한다. 이를 통해 1ℓ 해수를 40㎖까지 농축하고, 다시 재증류 과정을 거쳐 10㎖까지 줄인 다음 섬광체를 넣어 삼중수소가 빛을 내게 만들어 농도를 측정한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물속 삼중수소 농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측정되는 해수 속 삼중수소 농도는 1ℓ당 0.1~1베크렐(㏃) 수준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음용수 삼중수소 상한 기준인 1만㏃에 한참 못 미친다.
김 실장은 "삼중수소는 시료 1개당 분석에만 한 달 정도 걸린다"며 "다른 핵종 분석과 함께 진행하기 때문에 시료들을 분석하는 데 보통 3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안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10년 뒤 국내 해역에 삼중수소가 0.001㏃/㎥ 정도로 희석돼 유입될 것이라고 발표한 데 대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그 정도 수치는 현재 기술에서는 검출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원전 사고에서 가장 많이 배출되는 방사성 동위원소인 세슘137도 주요 분석 대상 중 하나다.
세슘은 해수에 화학물질을 섞어 세슘과 흡착하도록 한 뒤 침전시켜 건조한 이후 감마선 분광분석 장비로 농도를 측정한다. 이 과정에 6일이 소요된다.
이날 연구원들이 해수에 노란색 화학물질을 넣자 물이 노란색으로 바뀌더니 조금씩 아래로 노란 물질들이 가라앉는 모습이 보였다.
채규한 KINS 방사능분석센터 연구원은 이렇게 걸러진 세슘 흡착물질을 보여주며 "이 물질도 환경방사능 준위보다도 낮아 별다른 방호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핵종인 스트론튬90은 양이온교환수지에 해수를 넣어 화학 분리하는 방식으로 다른 핵종을 제거한 후 섬광계수기를 통해 농도를 측정한다.
통상 분석에만 2개월이 걸렸지만, 양이온교환수지를 새로 개발해 분석 기간을 한 달 이내로 줄였다고 김 실장은 설명했다.
정부의 연근해 방사능 해수분석은 러시아가 핵폐기물을 해양 투기한 것이 알려지며 1993년 시작됐다.
이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감시 필요성이 커지며 원안위는 원근해 감시 지점을 2020년 20개에서 2021년 32개, 2022년 34개, 2023년 40개로 꾸준히 늘려 관측하고 있다.
다만 3년 전과 비교해 분석해야 할 물량이 두 배로 늘면서 분석실의 분석 능력에도 한계가 온 만큼 추가 지원 없이 정점을 더욱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고 연구원들은 설명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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