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전쟁·재난 한복판서 인권조명…"우린 거꾸로 가고 있다"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우크라전·中신장 인권침해·북한인권 등 현안 주목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우크라이나 전쟁과 튀르키예·시리아 강진 등 전 세계에 분쟁과 재난 피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유엔이 회원국들과 함께 인류가 당면한 인권 현안을 논의하고 해법을 강구하고 나섰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27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소 E빌딩에서 인권 분야를 관장하는 150여개국 장관급 이상 인사들이 참여하는 고위급 회기를 시작했다.
신체의 자유뿐 아니라 보건과 환경, 차별, 표현의 자유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인권 현안을 놓고 함께 대처할 길을 모색하는 자리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세계인권선언이 나온 지 75년이 흐른 현재 인권 분야에서 세계는 놀라운 진전을 이뤘지만 현재 모든 측면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며 "진전을 계속하는 대신 우린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오늘날 세계에서 목격된 사건 중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 침해를 촉발했고 빈곤과 기아를 겪는 사람들의 규모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종 재난과 분쟁이 유발한 인권 위기 속에 "1억명 넘는 사람들이 이주민이 됐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감소하고 있으며 작년에 (각종 정치사건 및 테러 등으로) 사망한 미디어 분야 종사자도 2배 늘었다"고 심각성을 알렸다.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세계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투르크 최고대표는 최근 발발 1주년이 지난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론하면서 "광범위한 죽음과 파괴, 이주가 이 전쟁으로 촉발됐다"면서 "수십 년간 이룩한 인권 분야의 진전이 이제는 일부에서 역전되기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매몰돼 인권을 무시하는 현상을 지적하면서 "세계 각국이 차이점을 극복하고 인권에 대한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개막한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는 내달 3일까지 이어진다. 각국 대표가 현장에서 발언하거나 사전 녹화한 영상 성명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28일 사전 녹화 영상을 통해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빚은 인권 문제는 이번 회기에서 다뤄질 주요 의제로 꼽힌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범죄를 비롯한 인권 침해 사례를 현장 조사 중인 유엔 인권이사회 독립 조사위원회의 활동 기한 연장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회기에는 세르게이 랴브로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내달 2일 직접 회의장에서 발언할 예정이어서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등 우크라이나 전쟁 범죄 문제를 이슈로 다루려는 서방 국가 대표들과 설전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정부가 신장에서 위구르족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의혹 역시 이번 회기에서 현안으로 언급될 가능성이 크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지난해 신장 자치구 내 수용시설에 있는 이슬람계 소수민족 등에 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이를 두고 유엔 인권이사회 차원의 토론회를 여는 방안은 표결 끝에 부결된 바 있다.
아울러 북한 인권침해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상·사과 해법,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도 이번 회기에서 거론될 가능성이 있어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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